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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0 19:21 수정 : 2013.02.20 19:21

여동생이 중학교 3년 과정에 마침표를 찍는 졸업식에 다녀왔다. 많은 ‘중삼이’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11월 초,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에는 중삼이들만의 세상이다. 교복 차림부터 달라진다. 수능이라도 끝낸 듯 몇몇 친구들은 성형을 하고, 휴대전화를 바꾸고, 남자친구를 사귀며 그렇게 4개월을 보낸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합격한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고등학교 선행 학습에 몰두한다. 시험 종료에 맞춰 학원들이 전단지를 뿌려대는데 엄마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진정한 양극화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엄마의 발 빠른 정보력과 사교육의 힘으로 아이의 미래는 결정된다.

단언하건대, 이때부터 학교는 정상 수업을 할 수 없다. 이미 인생을 포기해버린 듯한 아이들과 중학교 3년으로 자신의 모든 학업을 마친 듯 생각하는 아이들, 학교 수업은 무시한 채 학원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에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실은 난장판 그 자체다. 구석에서 화장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계셔도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 역시 시간이 언제 어떻게 가나 관찰하고 있을 정도로 따분한 시간을 보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학교도 있지만,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고 참여율과 효율성이 매우 낮다. 선생님들마저 수업을 포기한 채 영화나 학습 동영상을 틀어주신다. 무엇보다 성적 산출이 끝났다는 사실을 너도나도 알기에,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정말 말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3년 주요 업무’ 중에는 중1 중간고사를 폐지하는 정책이 포함되었다. 문용린 교육감은 선거 중 ‘중1 시험 폐지’를 통해 진로탐색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중삼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진로탐색의 기회를, 갓 고등학생이 될 중3들에게도 주는 것이 어떨까. ‘고입’이라는 과정을 겪은 중3들은 적어도 한 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고등학교가 정해진 상태라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때의 진로탐색 효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많은 친구들이 이 시기에 무너지는 걸 봤다. 성실한 친구들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무시무시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막연히 두려워하고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정말 아이들을 위해 교육 정책이 존재한다면 이런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중3 교실에선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 아무런 정규 교과 과정이 이루어지질 않고 있다. 그 대신 손쉽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거창한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관에서 노인분들을 돕는 봉사활동,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은 중삼이들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이 밖에도 인근 유적지 방문이나 기업체 견학 등 할 수 있는 일은 찾아보면 많이 있다.

교육 정책이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관심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정책은 있지만 ‘도움이 되는’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만에 학업 부담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또다시 영어 단어장을 들이밀기보다는, 멀리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정책을 바란다.

김나영 대일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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