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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0 19:22 수정 : 2013.02.20 19:22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찰에 세빛둥둥섬(이하 둥둥섬) 사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내놓은 ‘반박’ 말이다. 오 전 시장은 이미 감사원 감사 등으로 다 드러난 문제를 전면 부정하면서, 되레 후임 박원순 시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기까지 했다. 둥둥섬 사업은 적법하고 타당하게 진행됐고,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일도 없으며, 박 시장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둥둥섬의 개장을 미루고 있으니 조사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박 시장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둥둥섬 사업에 서울시가 직접 예산을 들이진 않았지만, 에스에이치(SH)공사가 128억원을 출자하고 239억원의 지급보증을 서줬다. 지분율이 30%나 된다. 그런데 에스에이치공사는 공공주택사업을 위해 만든 공기업이기 때문에 맘대로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해선 안 된다. 에스에이치공사가 투자한 이유는 오 전 시장의 지시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 등을 보면, 시장 지시라는 이유로 토론 한차례 없이 출자가 승인된 사실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더구나 불공정한 계약조건 탓에 시가 손실을 보거나 앞으로 떠안게 될 재정부담이 상당하다. 시민들은 둥둥섬이 당연히 서울시의 것이고 운영만 민간업자가 하는 걸로 알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둥둥섬은 앞으로 30년간 민간업자의 소유다. 30년간 업자가 수익사업에 사용한 뒤 시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상사용 기간을 처음 20년에서 25년, 30년으로 계속 늘려줬다. 심지어 시 공유재산심의회도 불합리한 조건이라며 거듭 반려했지만,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게다가 공영주차장을 업자에게 무상 제공하고, 사업이행보증금·지체상금·하천점용료 등 당연히 거둬야 할 시 수입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조처가 잇달았다.

불공정 계약의 결정판은 계약 해지 때의 책임이다. 해지시 지급금을 민간업자 책임이 없을 경우 90%까지, 책임이 있을 경우에도 50%를 시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업자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돼도 서울시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부담하게 돼 있다. 변협이 이례적으로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이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의 반박은 사실이 아닌 것은 물론 정당하지도 않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표적감사를 하는 등 정치적 이유로 정상 운영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박 시장이 둥둥섬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시장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치적 쟁점을 제기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공학적’ 의도가 엿보일 뿐이다.

둥둥섬 사업은 박 시장 취임 전에 이미 난항에 빠져 있었다. 2011년 7월 운영자로 선정된 회사가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계약 해지된 뒤 아직까지 운영사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감사는 2012년 들어서야 시작됐고, 결과는 6월에야 나왔다. 오히려 박 시장 취임 직후 사업 재검토를 마치지 못한 틈에 총사업비 300억원 증액, 무상사용 기간 5년 증가 등 업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는데, 박 시장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지금 박 시장이 둥둥섬 사업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보통의 민자사업 조건과 같이 먼저 소유권을 시에 이전할 것, 무상사용 기간을 20년으로 줄일 것, 해지시 지급금 조항을 삭제할 것 등 이미 감사원 감사 등에서 시정조치로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해 계약조건을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둥둥섬 사업자는 거듭된 재협상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체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안은 ‘빨리’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후임자를 걸고넘어지면서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전직 시장으로서 당당한 대응이라고 볼 수 없다. 우선 왜,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히는 데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는 게 순리다. 지금 오 전 시장이 할 일은 이미 드러나 있는 잘못을 덮으려 애쓸 게 아니라 전직 시장답게 시민에게 진실을 밝히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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