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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0 19:22 수정 : 2013.02.20 19:22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의 노동자 최강서는 ‘158억원 손해배상 소송 철회, 민주노조 사수’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서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정치인과 조문객이 다녀갔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며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해 보겠다던 정치인들. 하지만 두달이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회사 안 정문 광장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유가족과 동료들은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지내고 있다. 주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이틀에 한번씩 그가 누워 있는 관 뚜껑을 열어 드라이아이스를 채운다. 관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압축 스티로폼 틀과 관 내부에는 냉기가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는 부인과 친누이는 가슴이 찢어진다.

‘시신시위’, ‘시신을 볼모로 투쟁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더이상 아플 것 같지도 않던 가슴이 저려 온다. 언론이 아무리 썩었다 해도 칼보다 무섭다는 펜으로 가슴에 상처가 되는 글을 어떻게 쓸 수 있단 말인가? 강서가 남긴 두 아이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할머니댁에서 지내는 두 아이를 보고 온 강서의 부인은 아이들 얘기를 하며 한없이 울었다.

작은아이가 아빠 보고 싶다고 보챌 때마다 형은 “아빠는 하늘나라 가셨잖아!”라고 동생을 꾸짖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큰아이는 “나 초등학교 가면 아빠 오실 수 있죠? 일년 동안 착한 일 해서 산타 할아버지께 소원 빌면 아빠가 잠깐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엄마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했던 7살 아들은 아직 너무 어리기만 했다. 두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던 엄마는 다시 공장으로 들어와 남편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작업복 아닌 상복을 입고 61일이 넘도록 강서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한진중공업 경영진에게 수차례 협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얼마 전 민주노총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대다수가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노동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견도 높게 나왔다.

한진중, 쌍용차, 현대차, 재능교육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공농성부터 길바닥 천막생활을 하며 수백, 수천 일을 지내고 있다. 이들이 싸우는 것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등 국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과 국민은 대통합을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노동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주길 원하고 있다. 모진 탄압에 결국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죽어서까지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현실. 두달이 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장례는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안형백 한진중공업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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