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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19:55 수정 : 2013.02.27 19:55

26일치 왜냐면 ‘대법원을 위한 작은 변명’을 읽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정의가 무너진 판결’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사생활의 자유에 대해 그간의 견해와 다소 다른 결정을 법원이 냈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혹은 국민의 알 권리는 가끔 이렇게 그 우열을 가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침해받은 사생활이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과 관련이 없거나, 공익과 관련이 경미할 때는 통상 그것이 표현에 자유에 기한 것이었든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려는 것이었든 상대 당사자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것이 옳다고 해석·판단해왔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과연 그 도청 녹취록의 대화 당사자들이나 내용 속 인물들이 일반 시민과 같다고 할 수 있는지, 또 그 내용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와 관계가 없거나 공익과의 관계가 지극히 경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검사·국회의원과 같은 고위직 공무원 또는 재벌 대기업과 언론사 사주 등이 사이 좋게 뇌물을 주고받는 등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일상을 두고 보호할 만한 사생활이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러한 경우 도청 당사자들의 사생활이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생활이라고 신뢰한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 또한 당연히 없다.

둘째로는 대화의 시점이 아무리 8년 전이라고 해도 그 사건이 국민들의 관심을 살지 아닐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대법원이 스스로 ‘흥미 없는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공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기 여부도 마찬가지다. 또한 그렇다 할지라도, 8년이 지난 시점에도 ‘그들’의 대부분은 그 직함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또한 노회찬 전 의원이 과연 낮에 기자회견을 한 뒤 집에 와서 이를 못 본 국민들을 위하여 인터넷에 기자회견 내용을 그대로 올린 것을 두고 과연 ‘이것은 죄가 된다’고 생각했을 리 만무하다. 즉 특별히 중한 죄 또는 범죄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형법은 이런 경우에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낮에 기자들 앞에서 발표한 뒤에 어차피 오늘 밤과 내일 아침 뉴스와 신문에 다 나올 것이니 ‘인터넷에 올린 것은 죄가 되는 행동이 아니라고 믿은 것’이 왜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법이 성립하는 데는 여러 요건이 있다. 자주 바뀌어서도 안 되며, 실현 가능해야 하며, 국민의 법감정과도 일치해야 하고, 실질적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만큼 그 내용과 목적이 정당해야 할 것이다. 이번 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국민들에게 비난받는 이유는 우선 잘못한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반면 알린 사람만 엄하게 처벌해 국민의 법감정을 거슬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연 노 전 의원을 처벌한 그 법이 지금의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법을 해석·적용하는 데 있어 보호받을 사생활의 내용과 지위에 대해 상식에 따라 또는 그간의 법리에 따라 해석하고 고려했는지, 그리고 판결은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했는지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나리 성신여대 법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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