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11 19:25
수정 : 2013.03.11 19:25
3월7일치 9면 ‘비판자들엔 “사법·언론·인권 탄압 독재자”’를 읽고
<한겨레> 3월7일치 9면에 실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서거 기사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다. 지면에 실린 기사의 부제목은 ‘시위대에 발포 명령 20명 죽기도’이다. 또한 마지막 문단은 ‘차베스는 2002년 4월 차베스 찬반 시위 현장에 발포 명령을 내려 20명을 죽게 하는 등 수많은 인권탄압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과제로 남게 됐다’로 끝난다.
이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독자는 차베스가 마치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는 2006년 차베스와 관련한 책을 펴냈고, 2007년엔 <한겨레>에 베네수엘라 방문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2002년 당시의 베네수엘라 상황은 다음과 같다.
당시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에서는 친차베스 진영과 반차베스 진영이 대규모의 시위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라카스의 시장은 반차베스 인사였고, 카라카스시 경찰도 이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당시 쿠데타를 꾸미고 있던 반차베스 진영에선 군이 나서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차베스 정부가 시위대에 발포하는 상황을 꾸며내 그 잘못을 차베스 정부에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카라카스시 경찰 쪽에서는 저격수들을 곳곳에 배치해 친차베스 진영과 반차베스 진영 양쪽에 총격을 가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은 차베스 정부가 한 짓이라고 비난하며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이는 차베스를 지지하는 민중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혀 좌절됐다.
이 일에 연루된 경찰 간부 9명은 2009년에 최대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베네수엘라에선 사법적 판단까지 끝난 사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엔엔>(CNN)의 오토 네우스타틀 특파원은 쿠데타 군인들이 2002년 학살 사건이 일어나기 2시간 전에 사망자를 언급하는 기자회견을 미리 촬영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다행히 기사를 쓴 <한겨레> 해당 부서에선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인터넷 기사에서 해당 부분을 수정했으나, 지면의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감이 따른다는 점 또한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임승수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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