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18 19:31
수정 : 2013.03.18 19:31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종훈씨의 갑작스런 사퇴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김씨 사건은 정확한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유능한 해외 인재를 우리나라로 영입하는 데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생각하게 한다.
전세계적으로 한국계 외국인의 수는 600만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중에는 큰 업적을 쌓아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꽤 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적에 얽매이지 말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영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할 일만 잘 수행하면 되는 테크노크라트형의 전문가나 기업에서 임직원을 뽑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부기관에서 지도자급 인사를 뽑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그동안 한국의 유수 대학에서는 외국, 특히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학장 혹은 총장으로 영입한 사례가 꽤 있었으나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가지 원인은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들 중에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역동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꽤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김종훈씨는 미국처럼 한국 국회의 힘이 커졌고, 대통령은 국가수반이지만 예전처럼 군림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세력 간의 거친 힘겨루기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민 경제를 담보로 삼아 다투는 버락 오바마 정권과 공화당의 벼랑 끝 대치가 좋은 예다. 한국에 지도자급으로 오는 이들은 한국도 여느 선진국들과 같이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는 민주주의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입하려는 외국인들 중에는 미국 출신이 가장 많은데, 이들은 미국 시스템을 한국으로 도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의 성취는 개인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미국이라는 환경의 산물이니 당연한 태도이다. 문제는 우리와 규모는 물론이고 문화와 환경이 크게 다른 미국 시스템이 한국에서 작동하려면 상당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초대 주체와 그 대상자 모두가 한국에서 성취하려는 목표와 집행 계획을 숙고한 뒤 영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종훈씨는 근거가 빈약한 소문이나 명예를 배려하지 않는 원시적 공격에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일제침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기존 질서가 거의 완벽하게 무너진 가운데 폐허에서 번영까지, 군주적 통치에서 정치 민주화까지 숨 가쁘게 달려와서일까. 우리 시민들은 압축성장을 이루는 가운데 형성된 권력과 자본의 횡포 가능성에 민감하고, 가진 자들의 성취에 의문과 질시도 많으며, 성공한 자들은 윤리의식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정치세력들 간의 갈등에는 협상보다는 대치가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도 장관급 인사를 뽑을 때는 상당한 수준의 ‘신상털기’가 진행되고 날 선 공방이 오간다. 한국계 외국인들도 이러한 거친 심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외국인 인재를 초청하려는 사람들은 선진국에서 업적을 쌓은 경력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장관 정도의 고위 공직자는 전문성과 더불어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외국에서 성공한 한인들이 한국에서 일한다면 선진 기법은 물론이고 약자 배려와 직업윤리와 같이 우리 사회가 필요한 가치들을 전수하여 한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르는 사람, 오는 사람 모두 한국의 급속한 변화와 현 상황을 숙지하고 준비한다면 한국계 외국인의 영입은 나라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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