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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0 19:43 수정 : 2013.03.20 21:41

3월14일치 왜냐면 ‘청소년 자살에 관한 기사를 읽고’를 읽고

지난 14일치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전은희씨의 ‘청소년 자살에 관한 기사를 읽고’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자녀가 고교 자퇴 의사를 밝혔을 때 학교가 아닌 사설 상담센터에서 원하는 도움을 받았고, 이 경험을 통해 국가가 아동·청소년의 사설 상담센터 이용 비용을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글이었습니다.

적절한 상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고생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고생이 느껴지는 글이었지만, 글 마디마디에 전문상담교사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서려서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 같아 반박하고자 합니다.

원글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정서를 교내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현장에서 보면 ‘1인 1교’로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들은 혼자 수백명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거의 매시간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 명의 상담교사로는 전교생의 상담을 진행하기 벅찰 지경입니다. 그리고 이 상담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청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전교생이 모두 상담교사에게 마음을 터놓으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꺼이 상담실을 찾아 도움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훨씬 많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들을 상담교사에게 털어놓습니다. 특히 가족 내 문제나 성 문제, 범죄 가·피해 등과 같이 민감한 문제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내 상담 중에 가정 내 학대, 성폭력, 자살시도 등의 문제들을 상담교사에게 처음 털어놓고, 상담교사의 개입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런 일들은 사건의 성격이 민감하고, 비밀보장이 우선시되는 상담의 특성상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전문상담교사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매번 보호자와 함께 외부 기관에 가서 치료를 받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학생들이 조현증 등 정신증의 초기 증세를 보일 때, 부모가 심리장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자녀의 심리장애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교사의 선별과 도움으로 외부 기관에 인계되어 중증 정신증으로 나아가기 전에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전문상담교사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불철주야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내 보건교사가 학생들의 모든 질병을 치료하지 못한다고 해서 보건교사의 학교 근무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학생들이 학교 수업보다 사교육에 열중한다고 해서 학교 수업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상담교사에 대해서만 사설 상담센터의 이용이 필요한 학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상담교사가 불필요한 이유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설 상담센터에 대한 지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신의료체계 지원이나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주장할 내용이지 그것이 마치 교육정책의 실책이나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에 대한 반증인 양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사례를 모든 사례를 대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불안정한 정서나 심리를 학교 상담교사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전국의 모든 상담교사들의 헌신과 상담교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수많은 내담 학생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무리한 비판보다는 좀더 넓은 관점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이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은 전직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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