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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3 19:25 수정 : 2013.04.03 19:25

<한겨레>에 실린, 3월22일치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의 글과 3월28일치 박흥근 전국전력노조 기획처장의 반박 글을 다 보았다. 박 처장은 이 국장의 글 몇 군데를 사실관계 차원에서 반박했다. 물론 박 처장 말처럼 억대 연봉자가 극소수일 수 있다. 천막농성 때 이 국장이 없는 중에, 한국전력 직원들이 다녀갔을 수도 있다. 박 처장은 결론적으로 밀양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과 논리만으로 2만여 전력 노동자와 한전을 매도하지 말라고 했다.

박 처장의 글은 지엽적 문제에 매달려 본질을 호도했다. 물론 박 처장이 순전히 개인 의사로 이런 글을 썼다고는 보지 않는다.

경북 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할머니들과 대책위는 3월14일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앞에서 ‘마을 지원금으로 송전탑 재앙을 떠넘기는 한전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순전히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어느날 불쑥, 대대로 살아왔던 마을을, 또 후손들에게 고이 물려줘야 할 마을을, 송전탑 건설해야 한다고 마구 파헤치면서,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절차의 정당성을 거짓으로 처리하고, 알량한 보상금을 던져서 마을을 찬반으로 갈리게 하고, 형제붙이처럼 살았던 마을을 원수로 갈라놓아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한 것이다. 보도에도 나왔지만, 한전이 청도군 풍각면과 각북면에 던진 발전기금 중 수억원은 송전탑 건설을 찬성하는 대가로 지역 토호들에게 빼돌려져서 유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순박한 마을을 초토화시킨 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이 국장도 나도 한전에 묻는 질문의 핵심이다.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 방문한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 복도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한전 사장의 신년 화두라며 ‘무신불립’을 써 놓고 해설하기를, 국민들의 신뢰가 없이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전탑이 들어가는 곳마다 마을 공동체를 붕괴시켜 놓고는, 국민들의 신뢰 없이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고 하는 글자 놀음이 아연할 뿐이다.

한전은 늘 이런 식으로 일을 해 왔다. 도시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범죄 수준의 사업을 시골 마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다가, 이번에 밀양과 청도의 시골 할머니들한테서 제대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나는 할머니들의 분노가 하늘의 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불거진 문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지마다 이미 갈등과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전이 이 큰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실로 걱정된다.

한전에 충고한다. 밀양과 청도 할머니들의 목숨 건 저항을 하늘이 보내는 양심의 소리로 알아듣고, 마구잡이 송전탑 건설로 해결하려던 전기 정책을 바꾸라.

백창욱 청도 송전탑 반대 공대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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