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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3 19:27 수정 : 2013.04.03 19:27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한겨레>가 2월6일과 3월19일에 희소병을 앓고 있는 형제와 그 가족이 희망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뮤코다당증을 앓는 22살, 19살 아들은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고 혼자 움직일 수도 없어 누운 채로 생활했다. 끼니마다 ‘메디푸드’를 떠먹이는 일부터 휠체어에 앉혀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 다니는 일까지 엄마는 20년 동안 두 아들의 손발이 돼줬다. 아버지는 퀵서비스 배달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일을 못하고, 네 식구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이 전부였다. 엄마가 버티다 못해 생을 마감했고, 엄마가 세상을 뜬 지 44일 만에 내부 장기의 건강이 나빴던 둘째가 감기에 걸려 결국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 복지국가 운운하는 나라에서 희소병 환자는 가난과 질병의 고통 속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가족이 모든 짐을 감당해야만 하나?

서울시가 2012년 마련한 ‘서울시민 복지기준’의 건강에 대한 최저 기준을 보면, “경제적·지리적 장벽 때문에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울시민이 없도록 한다”고 돼 있다. 또 돌봄에 대한 최저 기준에는 “돌봄이 필요한 가구원이 있는 서울시민은 … 경제적 부담으로 돌봄을 포기하거나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며, 우선 대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사회적인 돌봄과 보호가 필요한 집단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뮤코다당증 형제와 가족은 서울 시민 복지 기준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뮤코다당증 형제들이 집에서 생활할 때에도 간병 서비스, 가사도우미 서비스, 주간 보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족의 휴식과 치유 프로그램과 같은 사회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엄마와 동생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희소질환이나 암과 같은 중증환자들에게 세가지 사회 서비스가 필요하다. 첫째는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료 서비스고, 둘째는 의료비 지원 체계, 셋째는 환자 복지 서비스다. 먼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정부는 암센터와 각종 희귀질환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전문 병원을 확대하고 있다. 둘째, 의료 급여 제도와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건강보험은 적용 의료비의 90%(희소질환자)~95%(암)를 보장해주고,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장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셋째, 중증 장기 투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환자 복지 서비스가 문제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환자 복지라는 개념도, 그것을 위한 사회 서비스도 거의 없지만, 중증환자들과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분야다. 중증환자들은 진단과 치료 이후 병원에서 퇴원해 장기 투병과 재활에 들어가게 된다. 환자와 가족에게는 여러 투병 정보와 지원이 필요한데, 이런 서비스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런 환자들을 지원하는 ‘환자 복지 희망센터’가 필요하다.

‘환자 복지 희망센터’는 환자와 가족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치료 정보, 의료 이용 정보, 의료비 지원 정보, 가족 간병 교육을 제공해 환자의 회복을 도와줄 것이다. 권리 상담, 동행 도우미, 가사도우미, 무료 간병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연결해주는 일을 해줄 것이다.

또 ‘환자 복지 희망센터’는 투병과 가족의 간병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환자 복지 희망센터’는 각종 복지 제도와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 장기 투병자의 치료·치유·재활을 돕는 종합적 케어 매니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구실은 환자 자조 모임이나 비영리 민간단체가 일부 시도하지만,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역부족이다.

서울시가 나서서 장기 투병 환자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전담할 ‘환자 복지 희망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센터는 중증환자로서 서울 시민이 최소한 누려야 할 건강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계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조경애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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