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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21:53 수정 : 2005.01.23 21:53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40대 직장인이다. 여느 때처럼 정류장에는 66××(방화동~당산역)번을 이용하는 낯익은 출근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모두들 두꺼운 외투를 여민 채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좋으련만, 서글픈 도시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도시에도 정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기분좋은 일이 있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해 버스에 오르자 운전사가 먼저 “안녕하세요. 날씨가 춥습니다”라고 추위를 녹이는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승객들은 교통카드를 찍느라 답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운전사는 끝까지 인사를 건넸고, 마지막으로 “자! 출발합니다”라는 예고방송까지 잊지 않았다. 손님들이 내릴 때도 탈 때와 마찬가지로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로 배웅했다. 이 운전사는 ‘친절’을 나르고 있었다.

버스가 차선을 바꿔 정류장을 막 빠져나가려 했을 때,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버스를 잡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로 운전사들은 귀찮아하며 가속 페달을 밟기 일쑤지만, 이 운전사는 가던 방향을 바꾸고 이 남자를 태웠다. 그리고 그 남자한테 “뛰어오시느라 숨차시지요.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웃어줬다.

버스에 탄 남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몇차례 하며 기분좋은 표정이었다. 버스가 그냥 지나갔더라면 그 남자는 운전사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가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작은 배려와 친절 덕분에 그는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버스는 어느덧 종점인 당산역에 도착했고, 승객들은 운전사의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승객들은 출근길의 짜증도 잠시 잊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아침에 만난 친절한 운전사 덕분에 그날 하루는 보람찼고, 퇴근길에 다시 그 버스를 탔으면 하는 기대마저 생겼다. 비록 그 운전사를 다시 만나진 못했지만 운전사가 몸소 보여준 친절을 주위 사람한테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친절 운전사 아저씨, 참 고맙습니다. 내 가슴에 꺼져가는 친절을 다시 지펴 주셨습니다. 다음에는 당신의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내일은 그 정거장에서 제가 먼저 미소로 맞이할게요.”

김문호/서울 강서구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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