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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08 19:30 수정 : 2013.04.08 19:30

요즈음 한·미·북의 상황은 한·미와 북, 양패로 갈리어 유치한 치킨게임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치킨게임이라는 것이 뭔가? 자존심 싸움 아니던가? 덩치 큰 미국이 자국 혼자서도 아니고 한국과 한패가 되어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북한을 놓고, 또 북한은 북한대로 고슴도치의 뻣뻣한 털을 꼿꼿이 세우듯 자존심 세워 침 튀기며 하는 입씨름에 짱돌 집어 들어 으름장 놓는 것이란 헛웃음을 자아내고, 저러다 잽 날리는 싸움으로 번지겠다 싶은 것이, 조마조마한 상태다. 서로 자존심을 건드리며 하는 짓들이 정말 가소롭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러, 파국을 막으려면 ‘출구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다. 소위 특사파견이니 뭐니 하며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군사·안보상 대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대결 국면을 완화할 ‘우회로’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존심 싸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거짓자아’로부터 돌출되는 것으로서 상대에게 조금도 기죽지 않았음을 보이려고 고개 빳빳이 들고 ‘자기’를 드러내어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거기에는 참사람(참 자아)으로서의 사랑이 결여되어 있다. 오직 관계방식이 ‘자기중심적’이며 ‘이해득실’뿐이다. 한 정부 당국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북한의 최근 행보는 우리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게 하고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본의 아니게 북한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중심을 잘 잡고 의연하게 현 상황에 대처해 나갈 예정이다.” 이런 발언을 한 정부 당국자는 그 자신이 ‘거짓자아’에 휘둘려 무슨 소리 하고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볼 수 있는 참사람, 인격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사람’은 마주한 어떤 상대를, 심지어 나를 거슬러 있는 ‘원수’일지라도, 그 존재 자체(본래적 존재) 안에 사랑, 자비, 신성을 가득히 담고 있어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리하여 그 존재를 책임지고 보살피며 존중하고 사랑한다. 보듬고 품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역으로 내 안의 신성, 존재의 빛,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한 인격체로서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개체들의 공존과 같은 것이 아니고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풍부한 생명을 주는 협동적인 ‘살아 있음’인 것이다. 참사람은 본래 삼라만상의 온 존재가 생생히 살아 있도록, 생명을 더욱 얻어 풍부해지도록 깊은 관계 속에서 협력하는 존재다.

남과 북은 결코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아니다. 분열 구도나 경쟁 구도가 아니다. 지배와 피지배의 종속적 구도도 아니다. 더더욱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아(我)와 적(敵)의 대립 구도가 아님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또 다른 나’이며 ‘당신’이고 ‘가족’인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어서 빨리 한반도 안정, 한반도 평화, 그리고 포괄적인 남북대화와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남한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모든 ‘두려움’을 뒤로하고 이것을 성사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음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선하고 긍정적인 상생을 끌어내지 못하고 상대의 어둡고 부정적인 악의에 끌려 이리저리 춤추고 있는 것은 진정 우리답지 못한 처사다. 여기에 미국은 적극 협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중지하고 평화를 끌어내는 큰 틀의 해결책 마련을 제안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남한은 우선적으로 북한을 적으로 맞서지 말고, 즉 적대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형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인준하고 국제사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구속력 있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다루어 국제조약을 만들고, 그 후 비핵화 관련 의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내 평화통일을 이루어내야 하며 이로써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근 가톨릭수도회 예수회 소속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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