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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쿠바 미사일 위기와 한반도 / 조지 카치아피카스 |
지금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1962년 미국과 소련이 하마터면 핵전쟁으로까지 치달을 뻔한 쿠바 미사일 위기와도 닮았다. 당시 위기는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쿠바와 터키에 배치한 자국의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진정됐다.
최근 몇 주 새 한반도에서 비슷한 교착상태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본토 미주리주의 공군기지에서 첨단 B-2 스텔스 폭격기를, 괌 기지에서는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비무장지대 상공으로 발진시켰다. 이 폭격기들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포함한 선제타격 위협이나 다름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외교정책의 축’을 아시아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은 북한으로서는 존립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의 침공을 받은 뒤 무장해제에 합의했으나 결국은 미군에 붙잡혀 사형당했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핵무기를 포기한 뒤 후세인과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북한 정권은 이런 사건들을 무장해제를 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이유로 해석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은 그것을 더 심각한 위협으로 느낀다.
1993년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 직전까지 갔다. 애슈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현 미국 국방부 부장관)는 당시 자신이 펜타곤으로부터 북한의 폭격 목표물을 확정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막은 것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직접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 전 북한 주석과 협상을 벌이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에 연료용 유류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수십년 동안이나 북한은 미국 의회가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전쟁상태를 끝낸다면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혀왔다.(1953년 정전협정은 단지 전투행위의 잠정 중단일 뿐이다.) 북한의 주장을 믿든 아니든, 평화협정은 한반도 전쟁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검토할 가치가 있는 외교 수단이 아닌가?
미국은 세계 최강의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전쟁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한반도에서 그런 책임을 실행하는 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키기보다 고조시켜 왔으며, 그 결과로 미국의 군수업체들은 남한과 일본, 대만 등에 수십억달러어치의 미사일과 무기를 팔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한 전략적 파트너는 일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시절 점령한 영토들을 두고 남북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이웃나라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그렇다. 나치즘에 대해 사과하고 자국에 교훈을 가르치며 피해국들에 보상을 했던 독일과 달리, 일본은 단 한번도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사과한 적이 없다. 일본은 자국민들에게 자신들의 과거 잔학행위를 설명하지도 않으며, 성노예로 끌려간 10만여명의 아시아 ‘위안부’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것도 거부한다.
일본은 심지어 미국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해 압박했을 때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일본 편향의 동맹이 아닌 다자동맹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폭스뉴스> 등 미국의 일부 매체들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종잡을 수 없는 미치광이”라며 그에 주목할 것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김정은은 세계에서 가장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국가의 형식적 지도자일 뿐이다. 유교권에서 젊은 세대는 어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북한의 지배세력은 나이든 군부 관료집단이지 ‘경애하는 지도자’(김일성 전 주석)의 어린 손자 김정은이 아니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구의 책임이든 상관없이 처음 몇시간 만에 수십만명의 목숨이 사라질 것이다.
조지 카치아피카스 미국 웬트워스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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