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4.17 19:28 수정 : 2013.04.17 19:28

매년 4월17일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이다. 이날은 ‘행정구금’이란 명목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불법적으로 수감된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각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날이다. 이날에 전세계 유수한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는 부당한 상황에 놓여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한다.

행정구금이란 이스라엘이 국가를 설립한 뒤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 영토를 강탈해가는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통제하고 해당 영토의 식민화를 손쉽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의 지배에 정신적·물리적으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한 명목이라는 것이었다.

1948년 초국적 로비를 통한 건국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 당국은 국내 안보 상황이 ‘영구적인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과 유사한 체제에서 비상사태 관련 법규를 악용한 행정구금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국의 점령에 비판적인 언급이나 행동을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행정구금이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법적 절차나 재판 없이 수감자를 무기한 구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보안기관 아이에스에이(ISA, Israeli Security Agency)는 행정구금으로 체포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국가보안범’으로 분류하여 군법 1651조와 비상지휘법, 그리고 불법전투원억류법을 적용한다. 이런 법을 통해 이스라엘은 체포한 사람을 재판 없이 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는데, 행정구금은 지속적으로 연장이 가능하여 실질적으로는 재판이나 법적 절차 없이 영구적으로 구금할 수 있다.

전세계의 많은 인권단체는 이런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행정구금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식민적 도구라고 비판해왔다. 이들은 또한 행정구금이 국제법에 위반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중단하고 수감자를 석방할 것을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해왔다. 특히 행정구금은 적법 절차 원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수감자의 법적 권리를 차단하여 이들을 마음대로 처벌하고 침묵하게 하는 점령의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권리단체인 앗다미르(Addameer)는 이스라엘 정부에 불법으로 간주되는 그룹에서 활동하는 인물에게 커피를 따라주는 행위나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 사소한 행위도 이스라엘 군사 점령 하의 팔레스타인에서는 체포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이는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성인 남성뿐 아니라 12살, 14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행정구금으로 체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팔레스타인 마을을 침입한 이스라엘군 장갑차에 돌을 던졌다는 이유나, 단지 이스라엘에 의해 수배된 반점령 활동가 가족을 뒀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팔레스타인 아이를 일종의 볼모로 체포하기도 한다.

행정구금으로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 이유도 모른 채 수감된다. 이스라엘 군사법정에서 체포의 이유를 밝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수감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스라엘 안 2곳의 감옥과 예루살렘 외곽의 비밀 감옥에 수감되는데 2010년에야 그 비밀감옥의 실체가 밝혀졌다. 이 감옥 내에서 수감자들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가족들의 면회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종종 수감자들에게 고문, 인격 모욕 등 국제법으로 금지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은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완벽한 면죄권을 누려왔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이스라엘의 행정구금이 고문금지협약에 위반된다는 보고서를 2001년과 2009년 두차례에 걸쳐 발표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스라엘의 감옥 감시를 책임지고 있는 이스라엘 안보기관(ISA)이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문을 가하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인 벳첼렘은 아이에스에이가 수감자들을 조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고문 기술들을 모아 발표했는데 이 중에는 잠 안 재우기, 극한의 온도와 소음에 노출시키기, 수감자의 머리에 오물에 적신 자루 씌우기, 신체 뒤틀기, 음식 제공하지 않기 등이 있고, 모두 한꺼번에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수천명의 행정구금 수감자 중 한명인 33살의 사메르 이사위는 그가 17살 때 최초로 이스라엘군에 체포되었다. 이후 그는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 기간 중 다시 체포되어 30년형을 선고받고 10년간 복역하던 중 2011년 수감자 교환 협약에 따라 석방되었는데,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당 하마스가 전쟁 도중 체포한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정치범 1027명을 석방하는 협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집 근처 일정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석방 조건을 어겼다는 혐의로 2012년 7월7일 이스라엘군에 다시 체포되었다.

사메르 이사위의 형제 중 한명은 1994년 16살 때 이스라엘군에 살해되었다. 남아 있는 그의 형제 다섯명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고 그중 한명은 지금까지 19년째 수감되어 있다. 그의 모든 가족은 이런 집단적인 이스라엘군의 징벌적 체포와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자기에게 씌워진 혐의를 부정하며 부당한 체포에 항의하기 위해 2012년 8월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하여 오늘로 259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물과 소금 이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고 있지 않으며, 그가 사망할 경우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할 엄청난 소요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은 그에게 강제로 영양주사를 놓고 있다. 그의 몸무게는 지금까지 45㎏이나 줄었고, 그는 지금 수시로 의식을 잃는 등 생명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그의 고향 마을 사람들은 그의 석방을 위해 모두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지난해 수감자의 날에는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16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한꺼번에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 당국에 징벌적인 불법 행정구금 행위를 중단하고, 사메르 이사위와 같이 기본적 권리조차 차단당하고 부당하게 체포된 수감자를 석방하도록 촉구하는 날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그들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을 등에 업고 막강한 무소불위의 면제권을 누려왔다. 하지만 국가 없이 식민 당국에 부당하게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본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같은 인간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단식 259일째, 지금 이 순간에도 사메르 이사위의 생명의 빛은 희미해지고 있다.

김태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