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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22 19:21 수정 : 2013.04.22 19:21

노수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최근에 대법원에서 케이에스에스(KSS)해운 법인세 사건 판결과 긴급조치 무효판결 등을 잇달아 선고한 것을 계기로 하여 헌법상 최고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견해 대립이 심각해서 크게 우려가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헌법재판제도에 크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조차도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법에 소위 한정위헌결정과 같은 변형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도록 법률을 개정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법시스템 문제론’이나 ‘헌법재판소법 개정론’ 등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겉으로 보이는 면만을 보거나 또는 보고 싶은 면만 보는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헌법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명확히 배분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도 이를 구체화하여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든 헌법재판소든 주권자인 국민의 결단을 선언한 헌법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한 법률을 그대로 지키면 사법제도와 헌법재판제도를 운용하는 데 특별히 대립과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운용상의 문제를 들어 마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5장(법원) 제101조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제6장(헌법재판소) 제111조에서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최고법원’인 만큼 법률의 적용 및 해석에 관한 최종 권한이 대법원에 있음은 당연하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기관으로서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이를 전제로 해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변형결정의 형식을 빌려 법원의 법률적용 및 해석권까지 행사하려는 것은 헌법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행법상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서라도 그와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그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자는 입법론은 바로 이러한 점을 의식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률개정의 형식을 빌려 헌법을 바꾸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아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일부는 차제에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마저 개정해서 소위 ‘4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이 역시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에 반하는 주장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진정 법률을 개정하기를 원한다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위헌법률심사권과 법률의 합헌적 해석권을 각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배분하여 놓고 있는 현행 헌법을 개정해서 양자를 통합하자고 하는 편이 더 낫다.

우리 헌법상 헌법재판소는 다른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가 불가능한 지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만약에 헌법에 명문으로 정한 권한을 넘어서 그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면 헌법 위의 기관으로 군림할 위험이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상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하니까 양 기관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충돌을 해결할 방안도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을 알고서 보면 근본대책은 너무나 간단하다. “헌법을 지키면 된다.”

노수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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