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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6 19:18 수정 : 2013.05.06 19:18

전경련 등 재벌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우선 논의되던 몇 개 법안에 대해 집단으로 반대하였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와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주 5일 근무에 반대할 때와 같은 레퍼토리다.

여론에 밀려 몇몇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런 익숙하면서도 씁쓸한 풍경을 보며 양희은의 ‘작은 연못’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으로 시작하는 그 노래다. 작은 연못에 붕어 두 마리가 살았는데, 서로 싸워 한 마리가 죽자, 그 살이 썩어 살아남은 한 마리도 죽게 되었고, 결국 그 작은 연못에는 이제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는 슬픈 노랫말이다. 재벌 대기업이 ‘큰 붕어’라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동자는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경제생태계를 구성하는 ‘작은 붕어’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연못에서 두 마리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 재벌대기업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생산과 소비를 받쳐주어야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센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짓눌러, 숨막히게 해선 안 된다.

돌아보면, 처음엔 그 ‘큰 붕어’도 그리 크지 않았다. 재벌 대기업은 박정희 정권 이래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국내 소비자와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덩치를 키워 왔다. 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와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하청중소기업의 성장을 막아 왔다.

그 결과 경제력은 재벌 대기업에 더욱 집중되었고, 그만큼 ‘작은 붕어’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다. 재벌 대기업은 커졌지만, 노동자들은 나이 사오십에 정리해고를 당한 뒤 퇴직금으로 동네에서 치킨집, 피자집을 여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 문방구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밀려 문을 닫았다. 동네슈퍼 주인은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 보았지만, 24시간 가게문을 열고 지켜야 하는 노예가 되었다. 최근 한 달 사이 편의점주 3명이 생활고로 자살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다 보니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인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서 작은 고기들은 숨쉬기도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아우성을 대변한 것이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이었다. 이를 통해 탄생한 박근혜 정권은 재벌이 가진 경제력과 탐욕을 견제하고, 경제적 약자들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재벌을 국민경제의 상생과 선순환의 틀 속으로 길들이는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의 과제인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지금처럼 눈앞의 욕심에 팔려 다른 약한 경제주체를 짓누르다 보면, 결국 자신을 포함한 국민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재벌들의 근시안적인 주장을 누르고, 국민경제 전체를 살리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권을 준 국민의 뜻이고, 또한 ‘작은 연못’과 같은 파국을 막는 길이다. 경제민주화,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은 아직 멀다.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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