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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핵무장론, 합리적으로 비판해야 / 정몽준 |
<한겨레> 4월26일치 칼럼 ‘‘무기상’ 정몽준의 핵무장론’은 논리적 모순과 비약이 뒤섞인 인신공격성 글이다. 칼럼의 요지는 내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방위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적 이유로 핵보유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우선, 논리적 모순은 이렇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산업 비중이 1%도 안 된다. 장삿속이라면 99%에 대한 얘기를 해야지 왜 1%에 대해 말하겠는가. 현대중공업은 핵무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전술핵은 미국의 무기이며 핵우산의 일부다.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현대중공업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해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현될 경우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다. 방위산업 비중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장삿속이라면 핵보유를 반대하고 재래식 무기를 증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매출의 90% 정도는 수출이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수출을 증진하자”는 주장을 폈다면 장삿속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방위산업은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부문이다. 규제도 많다. 미국같이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나라에서는 군수산업이 그야말로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의 사업적 측면보다는 국가전략상 필요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논리의 비약도 심하다. <한겨레>의 논리대로라면 군용 지프를 납품하는 자동차 회사, 무기 제조에 필요한 철을 납품하는 제철회사, 총탄과 포탄의 장약을 공급하는 화약회사, 통신기기를 만드는 전자회사는 모조리 ‘무기상’이다. 광의로 보자면 군복을 납품하는 의류회사, 라면이나 빵을 공급하는 식품회사, 군병원에 의약품을 제공하는 제약회사도 ‘무기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 가장 심한 부분은 계급론 내지는 성분론, 곧 모든 사람의 의식구조는 그가 속한 경제계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물사관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내가 2002월드컵을 유치한 것이나 아산나눔재단을 만든 것도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는 게 된다. 돈밖에 모르는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했겠느냐는 식의 유치한 논리다.
칼럼은 내게 전술핵 재도입이나 핵무장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 물었다.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사회, 대한민국이 적어도 계급론이나 음모론에서는 벗어난 줄 알았다. 인간이란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배경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다. 선친과 같이 가난하게 태어난 분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포자기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과대해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이 대통령에게 신중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원전은 핵무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핵의 위험을 몰라서 핵보유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다. 북핵을 없애기 위해 역설적으로 핵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겨레> 주주이기도 한 나는 <한겨레>가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해왔다. <한겨레>가 이렇게 빈약한 논리로 인신공격성 글을 게재한 것은 실망스럽다. 핵보유의 필요성에 반대한다면 그에 맞는 합리적 논거로 비판하면 될 일이다.
정몽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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