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스트레스 테스트의 허점 / 서형림 |
부산 고리원전 1호기와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대상으로 노후원전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추진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이달 중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법이 정한 원전의 수명은 30년. 두 원전은 36년(고리), 31년(월성)으로 각각 그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고리 1호기는 정전사고 은폐로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 3월부터 운행을 재개했고, 월성 1호기는 지난해 11월 설계수명이 완료돼 발전을 멈춘 상태다. 이번 테스트를 통과하면 재가동이 가능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유럽연합(EU)에서 실시했던 스트레스 테스트보다 강한 기준에 따른 안전성 평가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원안위가 “후쿠시마 이후 원전 운영 국가들이 수행했던 안전성 평가 항목을 모두 적용하고, 그린피스가 제기한 지적 사항들을 반영했다”며 내놓은 가이드라인에는 허점이 많다.
우선 노후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활용하는 것이 적합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본래 유럽연합 스트레스 테스트는 노후한 원전의 안전성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이 얼마나 외부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가에 대한 내구성 점검을 위해 마련됐다. 애초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평가인 셈이다. 그러니 이번 테스트가 노후원전 재가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노후원전을 점검할 때 노화현상에 대한 적합한 항목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오래된 원전의 연장 가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와 연결되는 관통관 및 용접부의 부식 손상이나 냉각수 공급시설의 노화 등 원전의 현재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항목들이 필수적인데도 원안위 지침에는 이런 부분이 빠져 있다. 반면 벨기에는 원자로 격납건물(원자로 용기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공간) 전체에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테스트의 주된 시행 주체가 현재 원전을 운영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라는 점이다. 마치 감독관 없이 시험을 치르는 격이다. 원안위는 이를 보완하고자 한수원의 자체평가 뒤 전문가 검증단이 적절성을 검증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스트레스 테스트의 경우,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기관의 점검 뒤 국가 간 상호점검평가를 통해 다른 나라 전문가들의 재평가까지 실시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린피스는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부터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빼고, 사업 진행에 용이한 자료만 취한 결과물에 대해 원안위가 우리 단체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공언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우리는 이미 일본 후쿠시마 사례를 통해 원전은 한번의 사고로도 어마어마한 피해자와 피해액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이번 노후원전의 안전성 평가가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진행해야 한다. 특히 원안위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고, 객관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수정안을 제시하여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서형림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