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성공적 가이드 / 한상필 |
2016년,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가 포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 3월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관련 논의가 진행되며 우리 사회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나 정보보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논의를 피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에 이르기까지 19년 동안 다양한 사회갈등을 겪으며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관해 공론화를 진행해온 스웨덴 방사성폐기물관리회사 에스코베(SKB)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전문가와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이를 줄이기 위한 소통과 대화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기술성에 대한 부문을 지적하지만 주민들은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지, 그 지역에서 나는 생물을 먹을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양동이에 물을 채워넣듯 의견을 주입해 설득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민들의 합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저장하기로 한 스웨덴에서는 1만번 이상의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고 한다. 이전에 십수년간 환경영향평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합의를 거쳐 2개 지역을 선정했는데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도 해외의 여러 사례를 통해 모든 것을 열어둔 상태로 진행하겠다고 정부에서 밝힌 바 있다.
열린 공론화가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다각적인 검토와 의견을 수렴하여 5개 원전지역별 2명씩 총 10명으로 구성된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원전특위는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수렴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2명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여 공론화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원전지역을 중심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시작하고 있는 이유는 수년 또는 수십년 동안 생활권 내에서 원자력에 대한 경험을 했으며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체감을 통한 체감적 대안 제시가 가능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체감 및 인식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현재 발생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책임은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정치적 명분과 단체의 의견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지역, 일반 국민 모두가 주체적인 입장에서 체감적인 대안을 찾아갈 수 있는 진정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