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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9 19:08 수정 : 2013.05.29 19:08

2009년, 교육계 안팎의 벼락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의 서민 중학교 한 곳이 귀족 학교로 변신했다. 이제 불과 4년, 이 중학교는 교육철학의 전근대성, 교육계의 비리, 계급사회의 모순, 빈부 격차, 뒷돈 입학과 입학성적 조작, 공교육의 상업화, 그리고 재벌의 후안무치까지 한국 사회의 교육을 둘러싼 온갖 모순을 함축적으로 내포한 복마전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 교육이 망가지면 어디까지 가는가, 그 끝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영훈국제중학교를 헤집어보면 된다.

우선 국제중학교 인가 과정부터가 엉터리였다. 2008년 가을, 선출직으로 서울의 첫 직선 교육감이 된 공정택은 영어권 국가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이듬해 자신의 선거공약대로 국제중학교 설립을 인가할 것이라고 고집했다. 그러곤 수십년간 견고히 유지되어온 중학교 의무교육과 평준화의 틀을 불과 당선 두 달 만에 깨뜨려 버렸다. 초등학교 교장의 추천을 받은 6학년생,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를 신입생으로 받아들이는 선발권을 주고,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업료를 걷을 수 있게 하며,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과목은 영어로 수업하게 하는 등의 초법적이고 초상식적이며 초교육적인 중학교가 강북의 전형적인 서민 동네인 미아동에 괴물처럼 등장한 것이다.

당시 지역주민들 중 일부는 돈 많은 집안의 아이들로 인해 주변 상권이 활발해지고 땅값이 올라갈 거라며 국제중으로의 전환에 반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상권 활성화나 땅값 상승 같은 낙수효과는 언감생심, 도리어 그 바람에 주변 아이들과 학부모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인근에 살던, 그야말로 평범한 아이들 수천명이 바로 코앞에 중학교를 두고 수십분씩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다른 동네 학교를 다닌다.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학생이 몰려든 그 인근 중학교에서는 교실이 좁아터진다고 아우성이다. 결과적으로 한줌 귀족 자녀들의 행복한 교육을 위해 수천명의 서민 자녀와 학부모가 대신 고통을 껴안은 꼴이 되고 말았다.

영훈중학교는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을 입학시킴으로써 ‘귀족’의 색깔을 한결 짙게 했다. 귀족과 서민의 차별적 대비를 확실히 하고 싶었던지 이 부회장은 이혼을 근거로 삼아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이 학교에 아들을 보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는 최대 재벌의 자녀까지 사회가 배려해 줘야 하는 지경이 되었는지’ 하고 세상은 조롱하지만, 이미 제도의 허점을 헤집고 아들을 입학시킨 그는 그저 눙치고 있을 뿐이다. 윤리와 염치에 관한 한, 삼성 스타일, 딱 그대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로 이사회 회의록을 날조하고, 입학성적을 우습게 조작하고, 감사 회피를 위해 입시 채점자료를 폐기하고, 고액의 시설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등 거의 범죄집단 수준의 부정과 비리가 발각되었다. 이 대명천지에 이런 집단이 학교라고, 국제중학교라고 일컬어지며 특별 취급을 받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런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까닭을 누가 좀 속 시원히 밝혀 달라. 아니면 당장 그 인가를 취소시키라!

김해수 참교육 학부모회 서울지부 남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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