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29 19:08
수정 : 2013.05.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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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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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7년째 소규모 민간어린이집을 운영중입니다. 나름 2% 부족하지만 98% 합법을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를 구독하면서 우편향된 시각을 중도적으로 바꾼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가진 자’의 입장까지는 되지 못하므로 ‘영유아보육법’이 까다로워지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년간 기사를 보면서 ‘불법’이나 ‘비리’와 같은 용어에 아무도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원장들은 일단 ‘가진 자’의 영역에 넣고 보자는 심리로 읽고 쓰는 거죠.
중요한 것은 충분한 현장조사 없이 탁상에서 만들어진 법과 규정 때문에 양심적인 원장들까지 ‘범법자’로 전락한다는 사실입니다. 필자 역시 나도 모르는 부족한 2% 때문에 범법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법의 맹점은 일괄적용에 있습니다. 지역특성이나 구성원들의 상황에 따라 적용할 부분도 많은데, 중앙부처에서 수시로 나오는 몇 마디 공지로 인해 공무원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많은 어린이집들이 ‘법’만 지키는 데도 버거울 정도로 불합리합니다.
소수의 불법 운영자들 때문에 다수의 양심 운영자들까지 싸잡아 욕먹는다는 불평도 사치입니다. 그럴수록 더 양심적으로 운영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자영업자로서의 양심과 비영리로서의 규정 사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론 유통기한 지난 급식이나 리베이트 같은 것들은 자영업자로서도 당연히 비양심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 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수익을 차단시킨 데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 규정은 객관적으로 타당하지만, 교실이 남아도 인원제한 때문에 원아를 못 받게 한다든지, 전국의 보육료를 통일하여 적용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불합리한 제한이 생겼습니다.
불합리한 제도가 생기면 풍선효과로 편법이 튀어나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가 권리금’입니다. 건물이나 시설 규정에 맞게 인원을 풀어놓으면 그런 권리금은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그러면 질 관리가 안 된다는데, ‘인가’로 질 관리를 하려는 발상에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만이 더합니다. 보내고 싶은 시설에 못 보내거든요. 이 때문에 정부에서 급하게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정원의 80%를 못 채우면 감원시키겠답니다. 감원된 만큼 다른 시설에 증원이 될 리도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어린이집, 학부모 누구도 ‘감원’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가를 재산으로 여기는 기존 기득권 원장들의 눈치를 보며, 증원이 필요한 소규모 시설에 인원을 늘려주지 않으면서 다른 시설의 인가를 불법 매입하여 증원하기를 종용하기도 합니다. 또는 구법 적용 시설들이 다 채워져야 신법 적용 시설들에 인가를 주겠다고도 합니다. 새 규정에 맞춘 시설들은 교실이 남아돌아도 인원을 못 받는 것입니다. 그러니 학부모들이 대기자 등록만 하고 구법 시설에 마지못해 보내면서 불평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좋은 시설을 살리고, 부족한 시설을 개선시키려 법을 개정하는데, 지자체 공무원들은 나쁜 곳을 색출하고 많은 곳이 문닫거나 새로운 시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영유아보육법은 교육부와도, 노동부와도, 환경부와도, 자본주의와도, 민주주의와도 모두 충돌하는 법입니다. 수시로 바뀌는 규정 한마디로, 지자체 보육공무원 한 사람이 전권을 가지고 유권해석을 임의로 할 수밖에 없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그물을 촘촘하게 던져서 많이 잡아내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언론을 접한 학부모들은 더욱더 불안해질 뿐입니다. 필자도 국공립이 많이 생기길 희망합니다. 사립학교는 그 특성대로 운영되고, 공립학교는 교육의 공평성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일반 어린이집은 자율경쟁체제에 맡기고 국공립 확충은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간섭은 당연합니다. 하루빨리 유보통합이 이루어져서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고 학부모·지역·시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유아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김영찬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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