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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3 19:20 수정 : 2013.06.03 19:20

2012년 7월부터 서울시가 약 4개월간 서울의 명동시장을 조사한 결과, 정품 시가 162억원 상당의 위조상품을 적발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인 오늘날 우리는 짝퉁 판매율 세계 10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월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만들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구별 짓기’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과시나 허영 때문에 고가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는데,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이러한 베블런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원의 조사를 보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때에,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고가 사치품은 성장을 거듭하여 2012년 5조원이 넘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루이뷔통, 구치 등의 해외 고가 브랜드의 가방이 국민가방, 3초 가방이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정말로 국민 소득의 증가가 호사품의 대중화를 가져온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유명 해외 브랜드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넘쳐나게 볼 수 있는 위조상품 판매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위조상품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과 판매도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은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이 아닌, 제품의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특정 희소 제품의 소비를 통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누리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해외의 고가 브랜드 제품을 통틀어 명품(名品)이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러한 ‘명품’이라는 어감과 이미지로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계급 짓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명품’이라는 우리말에 대응하는 영어의 럭셔리는 사치품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곧, 우리가 말하는 ‘명품’은 사실상 사치품인 것이며, 이러한 사치스러운 소비풍조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과 이질감 속에서 많은 소비자들은 소위 ‘SA급 짝퉁’, ‘홍콩명품’이라 불리는 위조품(혹은 모조품)을 구매하면서, 계층사회에서 오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달래려 한다. 즉,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고가의 희소한 사치품의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특별한 자아와 가치를 지니려고 하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위조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위조상품의 범람은 궁극적으로 국가 이미지와 국민의 품격을 하락시키고, 우리의 경제 질서를 교란한다. 이에 우리나라의 품격, 진실한 사회구조와 공정한 시장질서, 진실한 소비행태의 조장을 위해 위조상품 제조업자·밀수업자·유통업자를 근절하는 단속 강화를 철저히 하고, 무엇보다도 더 큰 역할은 소비자들이 위조상품은 절대 구매·사용하지 않는 소비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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