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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0 19:41 수정 : 2013.06.10 19:41

새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부동산시장에 부는 훈풍의 강도는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양이다. 움츠러든 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데는 시대 변화도 한몫을 했다. 얼마 전 언론에도 발표되었듯 반드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비율이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집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또한 부동산 시장의 미래도 불확실해지면서 대신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임대아파트이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나 국민임대부터 시작해서 일정 기간 동안 살다가 기간이 만료되면 대가를 지불하고 해당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 등 민간과 공공에서 공급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종류는 다양하다. 공통점은 국민주택기금이나 재정지원을 받아 건설되니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지어진 ‘국민의 아파트’라는 것이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자격조건을 갖추면 원하는 기간만큼 임대료를 내며 살 수 있으니 주택매매에 대한 부담이 없고 부동산 시장의 향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니 좋다. 새 정부도 분양아파트보다 임대아파트 공급을 점차로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선진국은 임대아파트의 비율이 2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0%가 채 안 되니 갈 길이 아직 멀다.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임대아파트 입주를 둘러싸고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바탕 난리를 치른 모양이다. 문제의 발단은 엘에이치공사가 성남 재개발 이주민용으로 판교 백현마을에 지은 임대아파트에서 비롯됐다. 애초 이 아파트는 재개발을 하는 동안 이주민들이 당분간 거주할 순환용 임대아파트 용도로 지어졌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재개발이 보류되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준공 이후 무려 4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되자 ‘유령마을’이라는 꼬리표도 붙었고, 입주민을 바라보고 분양을 받은 상가 주인들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민원도 제기했다. 결국 엘에이치공사는 공가로 비워두느니 차라리 일반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국민임대아파트로 공급하겠다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성남시가 엘에이치공사 주변 불법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양쪽이 서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훤한 대낮에 시민의 눈에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나 다름없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수백명이 편 가르고 싸움을 벌인 일도 볼썽사납지만, 자극적인 난투극에 가려 국민 혈세로 건설된 임대아파트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도외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성남의 재개발 이주민도 무주택자요, 엘에이치공사가 이번에 공급하려고 하는 입주 대상도 다 같은 무주택자다.

한 채의 임대아파트도 아쉬운 마당에 언제 사업이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는 재개발을 기다리며 집을 비워두는 것보다 급한 대로 또 다른 무주택자가 우선 들어가 살게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번 입주로 1869가구가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침 엘에이치가 성남 재개발 이주 단지는 개발 일정에 맞추어 위례신도시나 여수단지에 조성한다는 대안도 내놓지 않았는가?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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