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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농가부채 문제의 새로운 해법 / 박정철 |
지난 4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농가당 2578만6000원이던 부채가 2012년에는 농가당 2726만2000원으로 약 5.7%가 증가했다. 반면에 농협 자료를 보면 농업 분야에 지원되는 총 정책자금의 지원 규모는 잔액기준으로 2008년 약 21조9000억원에서 2012년 17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으며, 특히 농가부채 대책자금의 지원은 더욱 급격히 감소하여 2008년에 약 8조800억원이 지원되었던 것이 2012년에는 3조8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부채대책자금의 경우 상환기일 도래로 인한 자연적인 감소가 주원인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정부의 농업 부문에 대한 정책적 지원 노력이 그만큼 줄어든 탓도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농가부채는 더욱 늘었는 데 반해 부채대책자금과 같이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농업정책자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정부에서는 농정 실패의 결과로 발생한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좀더 다양한 형태의 농가부채 대책을 통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추진된 농가부채 대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의 고금리 대출의 금리를 일부 낮추어 주거나, 상환기일이 도래되는 할부원리금의 대환을 통해 기한을 늦춰주는 방식과 같은 그야말로 형식적인 부채대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2009년 이후로는 이러한 방식의 부채대책마저도 나오고 있지 않다.
농업인에게 농업 부문에 대한 정책적 희생의 보상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가부채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땅의 농업인이라고 하여 무조건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농가부채 문제의 본질을 알려면 농업인들이 아무리 열심히 땀 흘려 일해도 그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다른 이유로 인해 빚조차 갚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농업인들도 대출을 받았으면 당연히 정해진 기일에 갚아야 정상이다. 스스로 벌어서 떳떳이 이자 내고 원금까지 갚을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부채대책으로 잠깐 부채의 굴레를 유예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농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엿한 산업으로서 인정받고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업인들이 농업을 통해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수익을 거두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농가부채 대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들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세농이나 고령농가에는 기존의 부채 대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부채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농업에 종사하여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건실한 농가에는 선별적인 지원을 통해 시장의 기능적인 틀 속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부채 대책의 방향을 이원화해야 할 것이다.
박정철 농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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