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6 19:16
수정 : 2013.06.2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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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반곡리 금강 둔치에 조성된 둑이 폭우로 강변 흙들이 무너져 주택공사 직원들이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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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밑으로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옆 늘 물이 고여 있는 둠벙이 있다. 둠벙 주변으로 부들과 창포가 어울리고 개구리밥이나 부레옥잠의 수초 사이로 올챙이와 작은 송사리가 가득하다. 둠벙 바닥을 열심히 헤집으며 ‘긴꼬리투구새우’가 먹이를 찾고 있고, 열흘간 알을 꼭 끌어안고 천적을 막아낸 지극한 부성애 덕분에 알에서 깨어난 ‘멸종위기종’ 물장군 애벌레들이 물풀에 몸을 기대어 사냥 준비를 하고 있다. 다 크면 몸길이 7㎝에 이르는 거대한, 물속의 가장 강력한 포식자이지만 막 태어나 아직 몸집이 작고 사냥이 서툰 물장군 애벌레들에겐 올챙이나 작은 물고기가 없어서는 안 될 먹이 고리이다. 먹잇감도 풍부하고 사냥하기 좋은 은신처가 있어 최적의 사냥터였던 물웅덩이, 둠벙이 사라졌다.
둠벙은 저절로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모아 가뭄 때 농업 용수원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던 조상의 ‘지혜의 수원(水源)’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듯 수많은 목숨들이 기대어 살던 생태계의 보고였다. 살 데가 없어지니 멸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래서 쓸모없다 버렸는데 얼마나 많은 생명이 둥지와 먹이를 한번에 빼앗겼는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살아온 날이 얼마나 많았는가? 요즘의 물 정책을 보면 역행의 도를 지나쳐 공중에 붕 떠서 결국 우리의 강과 물은 하늘로 올라갈지도 모른다. 무수한 생명을 삶의 끄트머리에 매단 4대강의 참혹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어느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어서 하천을 정비한다 하니 참 어이가 없다. 자연을 길들이려 하는 이질적 제어시스템으로 강 옆에 널찍하고 반듯하고 반들반들하게 길을 닦고, 인간의 생활목적에 맞게 경관을 조성하여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몰아붙여 친수공간을 만든다 하나, 이미 우리 주변에는 예산 낭비해 가며 수변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사용하지 않는, 많아도 너~무 많은 산책로와 공간이 있다. 인간 중심의 하천 공원화·조경화가 필요없는 이유다.
생태계 자체와 구성 종들을 보호하려면 각 생태계를 이해해야 하지만 생태계는 수많은 위협 요인에 직면하고 있고 생명현상 자체가 변화무쌍해 인간이 자연의 일을 이해하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하천은 육상 서식처가 이어져 높은 생물다양성을 갖고 있는 질 좋은 서식지로, 기대치를 보고 시도해볼 만한 대상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자연을 다치지 않게 하여도 그건 인위적인 공간이 될 것이므로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보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손을 대려고 한다면 오히려 이때까지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훼손과 교란을 제거하여 원형을 되찾고자 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맞다.
물의 오염된 정도를 표시하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에 비교하여 하천 생태계 건강성의 상태가 전국적으로 약 2배 가까이 나쁘게 나타났다. 비오디 위주의 이화학적 기준으로는 하천의 건강성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또한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속에 살고 있는 어류, 곤충과 같은 생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의적이고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그들의 산란처가 될 여울과 수생식물이며 그들의 집이 될 강가의 돌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각종 오염원은 그대로인 채 큰 하천을 정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출발지인 둠벙·하천의 실핏줄 구실을 하고 있는 농촌 마을 앞 도랑부터, 아스팔트로 덮어놓았던 도심지역의 옛 물길을 찾아내 그 실개천의 각종 식물들이 물을 맑게 하면 그들이 만나 만드는 하천은 당연히 건강할 것이다. 물과 땅과 주변 식생이 잘 어울리고, 직선적인 것보다는 뱀 모양의 구불구불한 형태가 좋고, 물살이 빠른 곳과 느린 곳이 섞여 있을 때 생물다양성이 훨씬 높다. 그나마 세계적인 생물자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국내 생물종 보존 및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신은 직선을 모른다. 즉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없이 몸을 낮추는 겸손함으로 자연적 요소들을 복원해줄 때 ‘멸종위기종’ 물장군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반딧불이도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달뿌리풀 무성한 갯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목가적인 풍경이 멋스럽기도 하고 그들의 건강한 똥으로부터 ‘멸종위기종’ 소똥구리도 돌아오고.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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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의 ‘바람’이 되어줘~
▶ 바람은 ‘바라다’의 명사형입니다. ‘희망’(hope)과 ‘기도’(prayer)의 동의어이자 ‘비전’(vision)을 뜻하는 말입니다. 또한 바람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막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람은 ‘wind’입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온몸의 땀방울을 씻겨주는 그런 바람이 되어주세요. bara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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