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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1 19:24 수정 : 2013.07.01 19:24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추진된 농협개혁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2년 3월 신용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여 추진된 사업구조개편이 출범한 지 1년 남짓 만에 금융지주 회장과 경제대표 등 최고위 임원 전원이 사퇴함으로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신용사업을 책임지는 금융지주 회장이 중앙회 회장의 경영간섭과 농협 명칭사용료를 문제시하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사업구조개편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농협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정치적 퍼포먼스가 되어 매우 졸속적이고 무리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최원병 회장이 취임하고 추진한 첫번째 사업이 농협개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을 계기로 해 농협이 농정 실패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방안이 백지화되고 정부 주도의 개혁이 추진되었다.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탈을 썼지만 정부의 개혁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농협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앙회의 신용/경제 분리였다. 둘 다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본질을 벗어난 개혁방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농협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고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는 고분고분한 농협을 만들기 위한 지배구조의 개편이 있었다. 비상근의 단임 회장 체제에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한 임원 선임이 제왕적 회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그다음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농협의 주 수익원인 신용사업을 건전화하는 명분으로 신용/경제 분리와 함께 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되었다. 관치의 강화와 협동조합 정신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반개혁적이라는 비난 속에 묻혔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농협에 5조원의 자본금을 빌려주고 240조원 자산의 농협금융을 접수한 꼴이 됐다. 사퇴한 전임 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신임 회장도 소위 모피아라 불리는 재경부 관료 출신이다. 특히 이번 인선은 금융지주의 100% 주주인 중앙회의 의도와 다른 인사며,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회복이 신임 회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농업계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우려한 대로 신용부문이 더는 농협의 조직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사퇴한 전임 회장은 농협 명칭사용료가 과다하다며 농협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농민들과 농협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농협금융부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인사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실적 부진에 대한 변명으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협금융의 의미와 본인의 역할에 대한 신임 회장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협동조합의 시대에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반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 전례도 없고 원칙에도 없는 협동조합 내 경제지주로 경제사업 활성화가 가능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급속도로 위축되는 농업의 정치적 입지와 농업인의 사회적 지위를 위해서는 강력한 조직력과 리더십을 가진 농협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농협회장 직선제를 비롯하여 사업구조에 대한 재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성과나 퇴직 관료들의 자리 보전이 아닌 벼랑 끝에 몰린 농업을 위한 진정한 농협개혁이 필요하다.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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