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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3 20:11 수정 : 2013.07.04 14:58

포항시가 55억원을 투자해 조성중인 승마공원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계속 강행되고 있다. 승마장과 불과 200미터 거리의 양덕초등학교 학생 1000여명이 일주일째 등교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포항시가 동해면과 상도동에서 주민 반대로 2차례 사업에 실패한 뒤 아파트 밀집지인 양덕동에 여론 수렴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승마장 바로 앞 해안도로는 확장공사로 출입이 통제돼 있었고 완공기간을 훨씬 지나서까지 개통되지 않아 공사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도 많았다. 게다가 지난 2월 주민들은 승마장 찬반 투표까지 실시해 80%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출한 상태였다.

게다가 전국 승마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포항시 기계면에 문성새마을 승마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중복 투자라는 비판도 거세다. 또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는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포항시 가축사육제한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사전작업은 철저히 도모했다. 이 조례에서는 환경부 권고안과 달리 말과 소의 제한구역을 다르게 적용해 말은 100미터, 소는 300미터 안에 사육할 수 없도록 했다. 승마장 바로 옆에 함께 공사중인 포항시 북구 장애인 종합복지관도 가관이다. 복지관에 기대가 컸던 장애인들조차 축사 옆 복지관에 울분을 토한다.

민의와는 반대로 승마장 공사가 강행되는 사실을 안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조직했고 수차례 집회 끝에 시장과의 면담을 이끌어냈지만 시장직을 걸고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비타협적인 태도에 자발적인 등교거부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후 2000~3000명이 모인 촛불집회, 시장의 주민소환을 위한 시내 집회, 서울 새누리당 청사 상경집회 등 수차례 민의를 전달했지만 시장의 고집은 꺾이지 않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포항시장의 고집불통 행태에 주민들은 자녀들의 등교거부라는 참담한 카드를 꺼내들고 대치중인 상황이다.

현재 승마장 반대를 위한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1000명이 가입돼 있으며 등교거부로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부부의 자녀를 위해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몇몇의 엄마들이 시작한 공동육아. 아파트별로 도서관이나 요가실, 경로당 등의 시설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식사와 간식, 공부까지 봐주고 있다. 물론 아무리 잘해준들 학교만한 곳은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아이들도 주민들도 어서 빨리 일상의 평화가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추신-

다행스럽게도 포항 승마장 사태는 시장의 무조건 백지화 선언으로 해결이 됐답니다. 아이들은 일주일만에 등교를 다시했고 이제부터 공정률 90%의 승마장을 어떻게 용도변경 할 것인가를 의논해 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상처를 남기고 마무리됐지만 지자체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폐해는 곳곳에 여전합니다. 부릅 뜬 시민의 힘이라면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소중한 깨달음이 계속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배은정 경북 포항시 양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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