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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방위비분담금, 미국 요구대로 줘야 하나 / 유영재 |
2014년부터 적용될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한-미 간 첫 협상이 7월2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미국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비용(비인적 주둔비)의 40~45%만 부담하여 불공평하다면서 50%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주장은 한국의 부담 중 방위비분담금만 인정하고, 카투사·경찰지원 등의 직접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의 간접지원은 모두 무시한 것이다.
미국은 1992년도 한국의 부담이 76%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후 우리의 방위비분담금이 대폭 늘어나고 주한미군 수는 줄어들었는데도 미국은 2000년대부터 한국의 부담을 40% 초반대로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해왔다. 이는 일본의 부담을 줄곧 70% 중반대로 평가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그런데 평통사가 입수한 한·미 국방부의 통계(2010년 기준)를 보면 우리는 이미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의 65.1%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저평가된 부동산 임대가치, 누락된 미군기지 이전비용과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비용 등을 합치면 우리는 이미 70%가 넘는 부담을 하고 있다.
협상 때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강요해 온 미국은 우리 국민 세금을 엉뚱한 데 흥청망청 쓰고 있다. 미국은 2004년 미2사단 이전 비용은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협정(LPP)을 맺어놓고도 방위비분담금 중 군사건설비를 빼돌려 미군기지 이전 비용에 쓰고 있다. 주한미군은 2008년 10월 기준으로 무려 1조1193억원의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에 쓰기 위해 빼돌려 돈놀이에 탈세까지 자행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에서의 군사 건설 프로젝트가 적절한 감독 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기여는 116억원이나 되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하는 미2사단을 위한 기념관이나 16억원에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를 위한 식당시설과 같은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공돈’으로 간주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 간 협약에 따라 한국 업체가 맡게 돼 있는 군수지원 업무를 미국 회사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에 맡겨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06억원의 부당이득을 안긴 사례도 있다. ‘미국 국방부 감찰관 보고서’를 보면, 미군주둔비부담금 중 인건비 11억원을 영리 목적의 미군기지 내 드래곤힐 호텔 종업원 인건비로 돌려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1991~2013년 사이에 우리 국방비가 4.6배 늘어나는 동안 방위비분담금은 8.1배나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방위비분담금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2.5%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요구대로 방위비분담금이 또다시 증액된다면 우리는 2014년부터 매년 1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부담한 방위비분담금만 합쳐도 주한미군의 장비가치 약 10조원을 넘어선다. 방위비분담금을 한국군 전력 강화에 투자했다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것에 상응하는 장비를 우리가 모두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방위비분담 협정은 한-미 소파(SOFA) 제5조에 따라 미국이 모두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 경비의 일부를 한국에 떠넘기는 불법적인 협정이다. 더욱이 주한미군의 성격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대북 방어에서 신속기동군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대북 방어 임무를 벗어난 주한미군을 위해 기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줄 필요가 없고,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부담할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방위비분담 협정은 조속히 폐지되어 마땅하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미2사단 이전 비용 전용과 그로 인한 대규모 감액, 이월액 발생의 원천이 되고 있는 군사건설비 항목을 우선 폐지하여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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