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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8 19:40 수정 : 2013.07.08 19:40

엔엘엘(NLL·북방한계선)과 관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공방이 뜨겁다. 하지만 그 공방은 정략적이요 곁가지라는 느낌이다. 본질은 뒷전이다. 어떻게 하면 논쟁을 그치고 서해를 남북 호혜적인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나 하는 궁리는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연평해전 때 총탄을 맞아 구멍 난 곳을 붉은 페인트로 칠해서 말 그대로 피바다가 연상되는 참수리357함에 올랐다.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에서 아버지를 천안함과 함께 바다에 묻은 아들을 만났다. 엔엘엘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엔엘엘 이슈에 파묻혀 서해가 언제까지 피의 바다, 그리고 이념의 바다로 남아 있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인천항은 2008년에 비해 2011년도의 남북한간 물동량이 무려 91% 줄었다. 농산물 정도만 오가게 된 것이다. 한때 남북 경제협력에 따른 물류가 늘면서 2004년 5월 ‘남북해운합의서’가 체결되었다. 우리 쪽 인천·부산·속초 등과 북한의 남포·청진·나진 등을 연결하는 직항로가 개설되고, 그때까지 제3국 국적선만 운항하던 항로에 남북의 국적선이 운항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뒤인 2007년에는 선박이 남북을 1만1891회 오가며 2511만톤이나 날랐다. 그러나 6년 만인 2010년 5월부터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응하여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그리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원칙적 보류 등의 조처를 해 지금에 이르렀다.

인천항은 선박운항이 가장 빈번하고 가장 물량이 많은 대북물류의 거점이었다. 평양의 관문인 남포항은 서해갑문을 통해 3만톤급 선박을 댈 수 있는데,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 내항과 비슷한 파트너항이다. 아시아 최대의 평온하고 안전한 수역으로서 배를 대고 24시간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는 인천 내항을 이용한다면 북한의 주종인 중소형 선박을 이용한 서해 항구 사이의 단거리 수송이 활성화될 것이다. 남북 정상간 대화록에 등장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사용권을 요청한 개성의 관문인 해주항도 인천과 인접해 있어 육로가 부담스러운 북한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남북대치 때문에 동서해안이 분리되어 있고 대한해협 이용이 어렵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와의 거래가 대부분 철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러시아 연해지구와 중국 상해 지구 항로 외에는 원양수송이 저조하다. 그렇지만 해운을 효율적인 물류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다. 따라서 남포와 연결된 인천을 북한의 환적항으로 활용한다든지 북한의 항만을 개발하는 데 조력한다든지 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제안해봄 직하다.

지금 금강산·개성공단 등 육로가 봉쇄되었다. 이 시국에 거론하기 섣부를지 모르지만 바닷길이라도 숨통을 틔워야 하지 않나 하고 바란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은 어느 한순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기능주의적 접근이 주효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류가 넘치고 경제적인 교류가 활성화되어 궤도에 오르면 굳이 인위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서해는 우호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다. 서해는 땀의 바다 그리고 경제의 바다가 되어야 한다.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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