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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환경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 조은미 |
1972년 캐나다와 미국의 시민들이 결성한 그린피스는 몇해 전 아마존 밀림 파괴의 주범으로 맥도널드를 지목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맥도널드는 미국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대형 기업이지만, 맥도널드의 이윤 추구 활동에 태클을 건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은 미국·영국·독일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 전세계 양심적인 시민들이었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다국적 석유기업 셸이 아프리카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석유 채굴 사업으로 기름 유출 등 환경파괴를 일으켰을 때,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 네덜란드 지부와 니제르 농부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기업들에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시장입니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의 각축 속에 이윤에 방해가 된다면 환경 보호나 지역 주민들의 인권 그리고 사업이 지역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으로 우리가 모르는 어느 나라의 시민들이 고통을 받거나, 그들이 평화롭게 사는 마을 환경이 파괴가 된다면 우리는 나 몰라라 하고 마음 편히 무시할 수 있을까요?
최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타이 단체들의 요청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수주한 물 관리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4대강 사업의 수출이라고 할 수 있는 물 관리 사업의 수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잠재적 환경 파괴의 우려를 토로했습니다. 이에 수자원공사·국토교통부를 비롯하여 <한국방송>과 보수언론들이 모두 들고일어나 ‘도 넘는 엔지오(NGO)’라느니, ‘해외 수주에 고춧가루’라느니 ‘재 뿌리기’ 등의 표현을 쓰며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 지 오랩니다. 경제·정치·문화가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환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나니, 우리 먹거리가 당장 위험해지고 방사능의 피해를 염려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중국의 사막화로 한반도가 황사 피해를 보기 때문에, 한국의 환경단체들은 중국에 가서 사막을 초원으로 만드는 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손에 들려진 공정무역 커피는 전세계 최빈국의 수많은 어린이 노동자들의 착취를 막기 위해 정의롭게 선택한 소비형태가 되었습니다.
세계 경제 순위 12위, 1인당 에너지 소비율 세계 7위인 한국의 시민들은 이제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지구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문제에만 매몰되어온 한국 환경운동 역시 국경을 넘어야 하며, 첫 대상은 자연스럽게 경제·사회·문화·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작으로 환경연합이 타이 민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 것을 환영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조은미 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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