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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5 19:22 수정 : 2013.07.15 19:22

신체검사 대기 중인 예비 양심적 병역거부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한참 뜸을 들이기에 기대를 했지만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 상고심에서 1년6월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 등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의 판결문을 읽어 보면, 공부를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권고이니 구속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말 안 듣는 아이가 떠오른다. 매를 들어야 움직이는 건 고집이 센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착한 아이는 권고만 해도 실천을 한다. 이번 판결로 한국 정부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명확하게 해주었다. 판결 이유 중 ‘자유권 규약에서 병역거부권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해석은 오만의 극치다. 자유권 규약의 규약 해석권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 한국 정부는 가입 당시에 이미 동 위원회의 규약 해석 권한을 따르기로 동의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문은 일관되게 위원회의 해석권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에 국제협약 체결의 실무 부서인 외교통상부는 홈페이지에서 자유권 규약의 이행에 대해서 당사국이 취하는 입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도덕적 구속력만을 가진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하여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국제인권법으로 마련된 것이 각각 1966년에 채택되고 1976년에 발효된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B규약)’ 및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A규약)’입니다.”

처벌용 해석과 외교적 해석의 기준을 달리한다면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의 도덕성을 한국 정부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양보하여 ‘권고’라고 치자. 4회에 걸쳐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관행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관보에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을 게재하는 조처만 취하고 있다. 꾸중하는 선생님 앞에서 히죽거리면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못된 아이의 모습이다.

동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의 처벌 관행을 시정해 달라는 병역거부자의 신청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매년 쌓이는 신청서는 유엔 창설 이후 회원국들의 모든 개인 청원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국제적인 망신이다.

정부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을 권고용으로 평가절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하여서는 수시로 유엔인권이사회 등에 결의문 통과 및 압력 행사를 주문하고 있다. 인권이사회 산하의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용이라고 강변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이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혹 한국 정부가 북한이 더 인권 친화적이고 감수성이 있는 국가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학수고대한다.

정재영 서울시 중구 신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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