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삭은 것 같은 지게작대기가
한 짐 지게를 받치듯 그래도 해 봐야지
바람 부는 날
펄럭거리는 빨래를 잡고 있는
저 작은 빨래집게처럼 촛불,
촛불로 되겠냐고
과연 굽은 것 곧게 펼 수 있겠냐고
막힌 것 시원하게 뚫을 수 있겠냐고
지금 네 나이 몇이냐고
네 딸린 식구 몇이냐고
그래도 해 봐야지
큰 박수 소리로
다 함께 웃음소리로
춤으로
노래로
영화로
불끈 쥔 손에 시(詩)로
촛불을 들고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더러는 비 맞으며 자리에 눌러앉아
몇몇은 동그랗게 여기저기 둘러앉아
그래도 해 봐야지
촛불아, 모여라! 김장일 농부·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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