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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2 19:25 수정 : 2013.07.22 19:25

이례적으로 최근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야당 지도부를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 3개 시도지사가 지난 2일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무상보육비의 국고부담 비율을 높이는 영유아보육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지사까지도 야당인 민주당에 법안의 통과를 요청한 것이다. 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 무상보육’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만 5살 이하 아이에 대한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국가의 장기적 존속이란 차원에서 현재의 출산율 1.23명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벌이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월급을 올려주는 것과 아울러 아이들 키우는 데 드는 돈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처럼 국가 무상보육 공약은 국가의 장기적 존속과 전 국민의 보육 부담 해소라는 국가적인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에 드는 돈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추가적인 무상보육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공언하였지만, 그 말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생색은 박근혜 정부가 내고, 지방정부는 그 비용만 부담하는 형색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되는 지방세 비중은 21% 정도로, 일본의 43%, 미국의 44%에 비하여 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빈약한 재원으로 지방살림을 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되는 무상보육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음에 따라 지방정부가 별도로 부담하게 되는 금액이 1조4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인해 지방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세수가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추가 지출만 크게 늘어난 셈이다.

첫째, 이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예산부족으로 무상보육은 8월까지도 버티기 어렵다고 한다. 만일 지방자치단체가 무상보육 예산을 정부 대신 추가로 지출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을 못 쓰는 결과가 된다.

둘째, 이는 헌법이 정한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여 주민의 복리증진에 관한 예산을 짜고 이를 집행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자치행정을 통하여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무상보육과 같은 전국단위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에 드는 비용을 지방정부에 보전하여 주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는 어쩔 수 없이 그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자치행정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셋째, 이는 정부에 의한 입법권 침해다.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무상보육 비용을 국가가 추가로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여야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그대로 법률로 만들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국회의 입법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권력분립이다. 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답은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늦기 전에 국회를 열어 국가가 무상보육 비용을 추가 부담하도록 법을 바꾸면 된다. 국민의 복리를 위한 입법이 필요한데, 9월 정기국회까지 기다릴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젊은 부모의 걱정과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고,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헌법질서의 훼손을 피하는 길이다.

김성진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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