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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청년주거권 보장을 위한 상생의 해법이 절박하다! / 권지웅 |
오늘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얼마나 자주 이사를 할까? ‘2012년 국토교통부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39살 이하 가구주의 평균 거주기간은 1.6년으로, 3년에 2번씩은 평균적으로 이사를 한다. 20대의 경우는 더 빈번한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는 지난 6년 동안 9번의 이사를 했다. 필자의 경우는 그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2013년을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 2000~2010년 통계청 자료를 비교해 보면, 지난 10년 사이 전세가는 2.5배나 올랐지만, 같은 기간 소득은 1.8배밖에 오르지 않았다. 2009년의 초임 삭감, 2011년의 전세 대란을 기억한다면 청년세대에게 ‘집’이란 이름이 주는 절망의 깊이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10년 전의 청년보다 지금의 청년이 집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다.
매매시장으로 넘어오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소득에 비해 집은 턱없이 비싸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휴대폰비도 내야 하고 아무리 식비를 줄여도 먹기는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갓 일을 시작한 청년들은 도대체 몇 년을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을까? 2012년 가계동향지수에 따른 실제 저축가능액을 고려하면, 중간 분위의 소득으로 서울의 중간 분위의 집을 산다고 할 때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75년’이다. 25살에 취직을 한다고 해도 90살까지 쉼없이 일을 해야 우리는 집을 살 수 있다.
임대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싸다. 대학가의 평당 임대료는 왠만한 아파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2012년 대학생주거권네트워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학가 주택(원룸·하숙·고시원 등)의 평당 평균 임대료는 ‘10만8000원’으로 서울시내 중·소단지 아파트 평당 임대료 ‘4만5000원’에 비해 2.5배 정도 비싸다. 심지어 가장 비싼 아파트로 불리는 타워팰리스 임대료 ‘11만8000원’에 맞먹을 만큼이다. 곧, 일정 정도의 자산을 갖출 여지가 없는 대다수의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자산, 소득을 가진 다른 계층에 비해 훨씬 비싼 임대료를 물고 있다. 5평 남짓 고시원에서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월세를 아껴 저축을 하려는 ‘건강한’ 청년들이 임대료가 적은 열악한 집을 울며 겨자 먹기로 찾아 들어가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통계청(2010)에 따르면 청년의 주거빈곤율은 24%로 전체 인구 주거빈곤율 13.6%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심지어 서울시 1인 청년(20~34살)으로 대상을 좁히면 주거빈곤율은 36.3%로 전체 인구 주거빈곤율 평균의 3배가 된다. 청년 3명 중 1명이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공공기숙사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가시화하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바도 있지만, 주거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고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정책방향을 수립한 것은 바람직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외곽이 아닌 도심에 공급되는 청년 공공주택은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청년들을 숨쉬게 하는 첫발이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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