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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DMZ 60년, 이제 큰 그림을 그릴 때 / 박은진 |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디엠제트)는 분단국가 내 잠정 접경으로서,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립갈등으로 인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변적이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는 비무장지대의 위상 변화에 관심을 집중시켰고, 남북관계 발전과 협력을 위한 공간으로서 비무장지대의 상징성과 잠재 가치를 크게 강조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수없이 많은 계획 구상들이 비무장지대를 중심에 놓고 만들어져서 남북의 정치상황이 개선될 경우 바로 실행될 수 있도록 준비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많은 계획 구상들은 비무장지대의 위상 변화와 상징성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해석하여 현실과 괴리되어 있거나 체계화되지 못하여 혼란을 가중시킬 여지가 크다.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비무장지대 정책도 지역별로 가지고 있는 여건 고려와 문제해결 관점보다는 비무장지대 전체의 상징화와 위상 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구상되어 실행력과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큰 진전 없이 논의가 반복되었지만 정전 60주년을 맞아 비무장지대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논의는 다시 뜨겁다. 박근혜 정부가 디엠제트세계평화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논의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 이 논의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상징성과 잠재 가치를 강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고,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 합의·공유하는 단계로 도약해야 하며, 하나씩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행해나가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엠제트세계평화공원은 단순하게 점적인 평화기념공원 수준으로 구상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논의들을 체계화하고 종합하는 매개로서, 비무장지대의 미래 위상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서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비전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수준에서 남북협력과 지역발전을 위해 비무장지대를 활용하는 단계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와 유사한 상황에 있던 옛 동서독 접경선이 통일 이후 그뤼네스반트로 보전·관리되어온 일련의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것은 앞으로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활용을 위해 수많은 정책수단들이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준비되고 실천되어야 함을 알게 해준다. 오랜 시간을 두고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협력구조와 정책수단들을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책들이 실제 실현되는 지역에서 그것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역의 역량을 지금부터 꾸준히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협력을 위한 공간으로서 비무장지대의 활용 정책이 매끄럽게 추진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통선지역과 접경지역의 우수한 생태계를 잘 보전하고 이를 통해 지역이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 협력구조와 역량을 키우는 것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보전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일원이 탈산업시대의 미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발전모델지역이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박은진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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