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7 19:14
수정 : 2013.08.07 19:14
2010년 10월29일을 잊을 수 없다. 검찰의 정치적 표적수사에 따른 전교조 교사에 대한 기소와 그에 발맞춘 교과부의 배제징계 지침에 의거해 사회적 살인인 해임을 당한 날이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느닷없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소환 통보가 왔다. 민주노동당에 월 2만원씩 (보통은 월 1만원씩 했다) 후원했던 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사가 정치활동을 했고 중대한 법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4년 무렵 무상급식·무상교육을 주요한 정책으로 제안하던 열악한 진보정당에 교사나 공무원도 후원을 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는 연말정산도 해 주었기에 너무나 뜻밖이었다. 알고 보니 2006년에 공무원이 후원금을 낼 수 없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교사·공무원들은 전혀 없었다. 교사와 공무원 1600여명을 기소한 이 사건은 공무원과 다르게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는 주요한 기제가 되었다.
그날 충북도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하기에 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라고 목 놓아 부르짖던 많은 동료들 틈에서 해임 처분이 결정되었음을 알았다. 참담했다. 충북교육청이 정권의 한낱 마름으로 추락한 것이다. 누구든 잘못을 했으면 분명하게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의도된 정치적 탄압으로 인한 부당한 징계라는 것이었다. 당시 파면·해임이라는 교과부의 배제징계 의결 요구는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교사에 대한 일제고사·시국선언 해임에 이은 탄압의 정점이었다. 이는 일제고사·교원평가·차등성과급 등 일련의 교육시장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폭력이었다. 또한 당시 6·2 지방선거를 맞아 강하게 형성되어 있던 반이명박 정서를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의도였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최근에 밝혀진 것처럼, 전교조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한 원세훈 국정원의 구체적인 지시와 집요한 탄압 작업이 있었다. 충북교육청은 정치검찰, 이주호의 교과부, 원세훈의 국정원이 연출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해임 2명, 정직 6명이라는 징계의결을 함으로써 교권에 심각한 폭력을 행사했으며 충북 교육의 자존심과 교육 자치를 크게 훼손하였다.
근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 4월17일 원직복직을 했다. 법원의 징계취소 판결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원직 복직으로 이 a폭력사태가 정리된 것이 아니다. 이제 부당한 징계에 대한 책임과 더불어 이 사태가 우리 사회에 주는 과제에 대해 물어야 한다. 첫째 정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교사·공무원에 대한 정치기본권 보장이다. 후진적인 법체계에서 정치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교사가 신민(臣民)의 신분으로 미래의 시민을 교육시키는 것이 이른바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사회 현실이며 교육 현실이다. 둘째는 부당한 징계로 인해 그동안 큰 고통을 당한 교사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조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교육자적 양심을 팽개치고 지침에 충실한 대가로 승승장구하는 교육 관료들이 시·군교육청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최종 결재한 교육감이 버젓이 있다. 그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무책임한 행정 집행과 뿌리 깊은 반봉건적 관료의식이 교육행정과 학교에 만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8월5일 도교육청의 재징계를 위한 3차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재징계 결과는 감봉·견책·불문경고 등이다.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이 대명천지에 일어나고 있다. 법원의 해임 및 정직 취소 판결은 분명 충북교육청이 징계 이유로 들었던 정당법에 대해서는 면소 및 무죄 취지의 판결이었다.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만, 30만~50만원의 벌금형일 뿐이다. 징계의 사유는 정당해야 하고 양형 적용 또한 정확해야 한다. 그러나 충북교육청은 2010년에는 단지 기소만으로 해임과 정직이라는 부당한 징계를 자행했고, 그에 따른 당사자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행정적인 절차만을 영혼 없는 기계처럼 반복했다. 이번 재징계 양형 역시 부당하고 과도한 징계이다.
이러한 충북교육청의 아전인수식 법 해석과 적용에 신물이 난다. 원직 복직은 단순하게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과와 명예회복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의 사회적 함의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그동안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하고 훼손된 명예에 대한 회복조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판에 귀 닫는 지도자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사과와 명예회복이 없는 재징계는 불법·부당한 징계의 연속일 뿐이다. 충북교육청과 교육감은 정당후원 교사에 대한 재징계 의결을 철회하고 징계로 인해 고통받아온 교사들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 조처를 즉각 해야 한다. 그것이 맞다.
허건행 충북 주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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