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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2 19:37 수정 : 2013.08.13 08:32

지난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한국사 수업시수가 줄고, 집중이수제로 인해 많은 내용을 한 학기에 몰아 진행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한국사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수능 사회탐구영역 10과목 중 2과목만 선택하면 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학습 분량이 많은 한국사는 점점 더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한국사 이해 수준이 심각할 정도로 낮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정치권도 문제의식을 느껴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입법화하려는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민간에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의 수능 필수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분명히 한국사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집권세력이 주장하는 사관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역사를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획일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래서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역사교육을 정권이 좌우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교육부는 그동안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부정적이던 태도를 바꾸어 긍정적인 쪽으로 선회했다. 게다가 시한을 정해 놓고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받고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토론회와 당정청 협의를 거쳐 수능 필수화 결정을 내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어제 발표된 역사교육 강화 방안에서는 반대 여론을 고려하여 일단 유보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그런데 전교조와 다른 사회과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역사교육 강화에 반대한다기보다 그동안 역사과를 비롯한 사회과 교육계가 요구했던 핵심 내용들이 빠진 채 한국사 수능 필수화만 추진하기 때문이다. 즉 국·영·수에 지나치게 편중된 교육과정, 세계화와 민주적 시민 교육을 위해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할 사회과 교과목들이 외면되는 현실, 집중이수제로 인한 폐해 등을 시정할 방안은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교육계는 매우 곤혹스럽다. 역사교육계도 한국사 수능 필수화의 문제 제기 방식과 의도,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역사교육계가 다른 사회과의 어려움과 형평성을 외면한 채 한국사만 특별대우 받기를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국사 수능 필수화는 일단 현행 수능 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번 기회에 다른 문제들도 근본적으로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수능 필수화에 대한 찬반으로 가게 되는 경우, 현재 한국사 교육 현실이 너무 암담하니 일단 받아들이고 문제점과 부작용을 보완해 나가자는 의견이 그래도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으로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뿐 아니라 역사과 독립, 수업시수의 확보, 집중이수제 폐지, 내신 필수화 등이 제시되어 왔다. 그중 한국사를 포함한 역사 과목들을 사회과에서 분리하는 역사과 교과 독립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를 묶어서 역사과로 독립시키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능에서 필수로 해도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사회교과들도 지금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결정한다 해도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2017년부터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역사교과 독립을 비롯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나아가 다른 사회과에서 요구하고 있는 현행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역사교육계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역사교육의 정상화이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만이 유일한 방안인 것처럼 졸속으로 밀어붙여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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