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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이 마땅하다 / 이경재 |
<한겨레> 8월1일치 ‘왜냐면’에 실린 원종명 강원대 교수의 글(‘학술림에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사실을 바로 알리고자 한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대가 2010년 12월8일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 제정을 계기로 삼아 국가(교육부) 소유인 백운산을 서울대 법인으로 소유권을 등기 이전하여 영구히 독점하고자 하는 시도다. 이 때문에 광양시민은 분노하고 있다.
백운산은 광양시 면적의 25%로 지역민의 정신적 지주이며 신앙과도 같다. 우리는 백운산을 무상양도 위기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눈물겹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중에도 토론회를 통해 백운산의 국립공원 지정 요청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고, 시민사회와 행정, 의회가 하나 되어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정부에 강력하고도 분명한 의지를 전달하였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도 학술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도 9개 국립공원 안 국·사립대학 학술림 11곳에서 학술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이후 43건의 신청 중 41건이 허가되어 95%의 동의율, 특히 서울대학이 신청한 16건은 100% 동의율을 보였다. 국립공원이야말로 대표적 학술림이 아니겠는가? 국립공원의 지정 목적은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 생태축은 백두산에서부터 금강산~설악산~지리산~백운산으로 이어지며, 백운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생태적으로 연결돼 광양만에 이르는데 백두대간 생태축의 중요한 종점이다.
첫째, 백운산은 생태자원의 보물창고다. 백운란·백운쇠물푸레·백운기름나물 등 백운산만이 보유한 특산 식물을 포함해 자생식물이 1000여종에 이른다. 어치계곡과 수어댐 등 4대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7종을 포함한 조류, 천연기념물 2종을 포함한 포유류와 다양한 담수어류가 있다.
둘째, 백두대간에서 섬진강 550리 길을 따라 흘러내린 호남정맥의 끝자락으로 우수한 경관의 4대 계곡(어치·동곡·성불·금천)은 뛰어난 풍광과 가뭄에도 잘 마르지 않는 유수량으로 지역민과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셋째, 문화재 또는 역사유물이 있고, 자연경관과 조화되어 보전의 가치가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원종명 교수의 의견에 심히 유감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구역 안에 문화재 또는 역사적 유물이 없어 국립공원 지정에 합당하지 않은 곳”이라니. 1000년 전 도선 국사가 참선하였던 동백나무 숲길은 전국 최고이고, 도선 국사가 35년 동안 머물렀던 옥룡사지 터(사적 제407호)를 비롯하여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국보 제103호), 석조지장보살반가상 등 각종 국보, 보물, 지방문화재 등이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다.
이렇듯 자연공원법 제7조 ‘지정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에는 반론이 있을 수 없다. 국립공원 지정의 최대 가치는 상징성에 있을 것이다. 그 상징성은 곧바로 지역주민의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도, 고품격의 다양한 탐방 및 관광서비스를 통한 국민 생태복지 증진도 기대할 수 있다.
이경재 백운산국립공원추진위원회 실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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