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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민주주의가 죽으면 대통령도 죽습니다 / 이종혁 |
저는 당적도 없고, 시민단체에도 가입한 적 없는 보통 국민입니다. 요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옹졸하고 비겁한 행동을 보면서 너무 실망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묻고 싶은 것, 질문해도 될까요?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인가요, 국민의 국정원인가요? 이건 상식에 속하는 질문일 듯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답은 ‘국민의 국정원’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민의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의도로 댓글을 달았다면, 이건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이런 국정원의 잘못을 국민이 질타하기 전에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정원 직원에 의한 댓글 사건은 엄청난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일개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실험을 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북한도 이런 거 한다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거 뭐 있느냐는 식의 국정원 대답. 웃어야 될지 화를 내야 될지… 막막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뭐 하는 분입니까? 국정원이 그렇게 예쁘면 촛불 들고 나오는 국민 모두 감옥에 처넣고 국정원 직원들 모두 안아주고 격려해주고, 앞으로도 계속 댓글 달아서 이 나라 국정원의 나라 만들어 주십시오. 그러면 대통령 노릇 하기 참 편할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죽은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 대통령은 살아 있겠습니까? 민주주의가 죽은 이상 이 나라의 대통령도 죽은 줄로 알겠습니다. 대통령 또한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자라는 생명입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국민의 순수한 열정을 절대 외면하지 마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겪은 지난날의 개인적인 슬픔은 민주주의를 가꾸는 과정에서 생긴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그 아픔이 남긴 상처와 교훈을 승화시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당적도 없고, 시민단체에 가입한 적도 없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저의 꿈은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은 나라에서 국민이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민주주의의 토대가 지켜진다면 감히 국정원이 그런 얼토당토않은 짓을 앞으로도 하겠습니까? 그런데 대통령이 이대로 국정원의 크나큰 잘못을 덮어주시면 되겠습니까?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애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광장을 메운 촛불의 개수보다 더 무서운 게 국민의 눈이고 심장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국정원보다, 정당의 이익보다, 대통령의 자존심보다, 더 소중한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정말 이 나라에 마음으로 존경할 만한 그런 대통령 한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의 꿈이 부활해서 대한민국의 하늘 가득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제가 좀 어렵다 하지만 믿고 따를 수 있는 대통령이 있다면야, 그까짓 거 허리띠 졸라가며 열심히 일해서 벗어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듯이 국가의 존재 이유 역시 국민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이 글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끝까지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내 나라의 대통령인데…’ 그런 믿음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종혁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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