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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1 19:07 수정 : 2013.08.21 19:07

<한겨레> 8월16일치 ‘왜냐면’에 실린 박유기 금속노조 전 위원장의 글 ‘현대자동차 생산성 시비 근거 HPV의 허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박 전 위원장은 기고문에서 대당 투입시간(HPV, Hours Per Vehicle) 지수가 대형차·소형차 등 생산차종의 모델믹스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이미 상용트럭·버스 등 대형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경우 대당 투입시간 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생산차종 측면에서도 동일 차급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과 베이징현대3공장의 생산성 차이를 비교해 보면 울산2공장의 대당 투입시간는 32.1시간, 베이징현대3공장이 16.6시간으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울산공장이 베이징현대3공장에 비해 모듈화율, 설비 자동화율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수 있으나 울산공장의 설비 현황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 울산공장 등 현대차 국내공장은 신차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설비 보완과 공장 합리화 투자를 실시해 왔고, 그 결과 해외공장 못지않은 자동화 및 모듈화 수준을 갖췄다. 현재 의장라인 모듈화율은 국내공장이 35.7%, 해외공장이 33.6%이며, 조립라인 자동화율은 국내공장이 10.1%, 해외공장이 7.9% 수준이다.

박유기 전 위원장은 ‘현대차 아산공장의 대당 투입시간이 낮은 것은 왜 칭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산공장의 대당 투입시간만 보면 경쟁업체보다도 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박유기 전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모듈화율·외주화율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다면 아산공장의 생산성은 도요타 등 경쟁업체보다 떨어지며 울산공장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한편 아산공장이 현대차 국내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생산실적 기준으로 15% 남짓이지만 울산공장의 비중은 81%다. 국내생산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울산공장의 낮은 생산성 문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도요타와 같은 일본 업체의 경우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해외공장을 압도하나 우리의 경우는 반대다. 아산공장의 대당 투입시간은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14.4시간에 비해서 낮다. 특히 국내공장 생산성 문제의 근원적 원인인 인력운영 효율성은 더욱 열악하다. 이를 나타내는 편성효율이 2013년 상반기 기준 앨라배마공장은 92.7%, 울산공장은 56.1%, 아산공장은 71.2%다.

편성효율 등 국내공장의 낮은 생산성 문제는 노동시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유기 전 위원장은 ‘현대차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에 이른다’고 전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2012년 기준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443시간이었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2013년은 특근을 포함해도 2100~2200여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은 동일 시간에 효율적으로 더 많은 차를 만들수록 올라간다. 따라서 장시간 근로의 문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상당 부분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 국내공장과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생산직(정규직) 1인당 연간 생산대수를 따져 보면, 국내공장은 생산직 2만9000여명이 지난해 190만5261대를 생산해 1인당 66대를 생산한 셈이다. 반면 앨라배마공장은 생산직 2500여명이 36만1348대를 생산해 1인당 144대를 만들었다. 생산 효율성이 2배 이상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이 수치만 봐도 ‘근속 21년인 국내공장 근로자들과 10년 근속의 해외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단순비교 해선 안 된다’는 박 전 위원장 주장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박정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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