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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1 19:08 수정 : 2013.08.21 19:08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달마다 50만원을 준다면 어떨까. 세상이 확 뒤집어질 것이다. 일할 힘이 있는데 일을 못 하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그만두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힘들고 어려운 일은 품삯이 올라간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지금 북유럽에서는 낮 4시만 되면 병원 응급실을 빼곤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다. 그래도 먹고사는 게 크게 힘들지 않다.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만 만들고 쉬는 삶이 찾아온다. 물론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으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리라.

그래서 배워야 한다. 누구나 달마다 50만원을 거저 주어도 몸과 마음 튼튼하게 살도록 배워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도 사회주의 인간형이 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또다른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 국가가 된다. 땀 흘려 일하는 삶이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혼자 돈을 많이 벌어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럼 한 달에 50만원씩 주는 돈을 어떻게 만들까.

첫째는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길은 남북 모두 군사력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는 모든 시민에게 50만원을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준다. 우리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을 때 월말에 받는다. 월급은 그달 첫날에 받아야 한다. 그 일을 하려면 먹고살아야 하기에. 그 50만원을 쓸 수 있는 카드는 먹고 자고 입고 예술을 하는 일에만 쓸 수 있도록 하자.

내가 좋아하는 어린이 글을 썼던 권정생이 그랬다. “어머니가 아기를 낳으려면 아기 낳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우리 민족이 살고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길을 맞으려면 미국 없이 사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 아픔은 어머니가 아기를 낳는 것보다 더 클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은 꼭 겪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기본소득제를 시행해서 주식 시장이 종이 쪼가리가 되어도 꿈을 꾸자. 어떤 마르크스주의 경제논리보다 상상력이 있어야 할 때다.

기본소득을 좀더 알고 싶으면 두 달에 한 번 나오는 <녹색평론> 131호에 실린 강남훈·곽노완·김종철이 나눈 이야기 글 ‘모두에게 존엄과 자유를’ 읽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 글과 다르게 생각하는, 인터넷신문 <레디앙> 누리집에 실린 남종석의 글 ‘어떤 유토피아론에 대해서(기본 소득론 비판) 1·2’도 함께 읽기를.

지난날엔 산과 바다와 들과 땅과 강을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나누었다. 지금은 나라와 돈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서 사고팔고 한다. 그런 자연물뿐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남겨준 사회·문화·역사도 지금 사는 사람들이 함께 나눠야 한다.

한 달에 50만원씩 받는 것은 공짜 돈이 아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권리다.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을 찾아서 돈을 주려 하면 찾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있는 사람들에겐 50만원이 하루 술값도 안 되겠지만 없는 사람들에겐 한 달 목숨줄이다. 기본소득, 다시 생각해 보자.

은종복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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