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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26 18:11 수정 : 2013.08.26 20:35

-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의 통합 이후를 걱정한다

* 묘수 : 妙手

* 악수 : 惡手

지난 4월부터 논의중인 정책금융기관 기능 개편의 정부안 발표가 27일로 예정돼 있다. 기본 방향은 정책금융공사(정금공)와 산업은행의 재통합이다.

정금공과 산은의 통합 방향을 보면서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날의 우리 경제는 과거 글로벌 위기 충격을 완화시켰던 정금공의 역할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정금공과 산은을 합치는 순간 우리 경제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감당해줄 완충 금융기관을 잃어버리게 되며, 외부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만일 미국발 양적완화 출구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정금공과 산은의 역할을 복기해 보자. 이명박 정부는 산은을 민영화하여 심화된 시장 마찰을 없애고 세계적인 투자금융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증권사·보험사·자산운용사 등을 가진 금융그룹으로 산은의 몸집을 키웠다. 당시 2008년 말 산은의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3.61%로 전년 16.15%에 비해 현격히 낮아져 자금공급 여력이 더 위축되던 상태였다. 그러나 민영화 과정에서 산은의 30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및 무수익자산, 15조원의 고금리 부채를 정금공에 넘기며 자기자본비율이 다시 16.37%로 약 3%포인트 상승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가운데 있는 우리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정금공을 탄생시켰다. 재정자금 1000억원만을 투자해서 4년도 되지 않아 72조원의 자산을 가진 금융공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정금공은 글로벌 금융위기 가운데서 자금줄이 막막했던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앞으로만 2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하던 시기에 오히려 정금공은 중소기업 대출과 미래성장산업 관련 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했다. 아울러 온렌딩 대출과 펀드 및 벤처조합 투자 등 시장 친화적인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해 시중 및 지방은행, 증권사, 벤처캐피털사 등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민영화를 통한 산은의 변신과 정금공의 출범 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진행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금융사에 남을 만한 묘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글로벌 금융위기 가운데서 정금공과 산은을 이런 절묘한 방법으로 분리하지 않았다면 과연 정금공과 산은이 이러한 역할과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역사를 망각하고 과거로 회귀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금융권의 고위책임자 몇명밖에 바뀌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이는 4년 전에 만들어낸 정금공과 산은의 분리가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개편안에 따라 정금공과 산은이 통합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까? 통합하는 순간 산은의 자기자본비율이 10%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혹자는 하락 비율이 1.5% 정도니 괜찮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계산법에는 수많은 부실기업의 채권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권장하는 수준의 충당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손바닥으로 잠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혹자는 산은이 보유한 부실채권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통합하는 순간 그 문제는 폭발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그 성격상 미세한 움직임에도 요동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번 지켜보자. 2013년 말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2014년 중순 이후 정금공과 산은이 실제 통합되는 순간 우리 경제에 무슨 일이 나는지 지켜보자. 통합 산은이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지, 창조금융의 통로인 성장사다리펀드가 효율적으로 작동되는지 지켜보자. 혹여나 몇몇 대기업의 자금 흐름이 곤란해졌을 때 지금과 같이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지켜보자. 이번 통합안은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큰 위기와 불안을 초래하는 악수다.

성욱제 한국정책금융공사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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