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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3 엄마의 단상 -현행 대입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 김은경 |
고3 입시생을 둔 학부모다. 올해 초부터 가슴 졸이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왔다. 수험생 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이 피 말리는 총성 없는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뿐이다. 가족 안 ‘최고의 상전’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써본다.
얼마 전 유명 입시학원이 주관한 대학입시 설명회에 참석했다. 시작 20분 전이었는데도 벌써부터 체육관 복도까지 학생·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노트까지 챙겨 와 강연자가 하는 말을 꼼꼼하게 받아 적는 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을 촬영하는 열성파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아마도 일부는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대비하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으리라 추측되었다.
전국 대학별 입시전형의 명칭만 수천개에 이르고, 선발기준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 대부분은 입시전형이 너무 많아 너무나 혼란스러운데다 전형 안내 책자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자주 한다.
입시 때마다 되풀이되는 전형료 부담도 만만찮다. 대학마다 요구하는 입시 전형료가 지나치게 비싸 수험생들의 부담이 크다. 올해부터 수시입학 전형 응시 기회가 6번으로, 한 대학 평균 10만원을 고려하면 최대 지원 시 60만원을 넘는다. 지난해 전국의 대학들이 이렇게 거둬들인 전형료 수입은 2000억원에 이른다. 전형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대안으로 전형료 상한액을 설정하거나, 현재 대학별로 접수하는 원서를 대학에 관계없이 받는 공통원서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대신 자기소개서와 면접, 논술로 뽑는 수시모집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험생의 힘만으로는 대입 전략을 짜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지원대학 선정 등을 도와주는 대입 컨설팅 학원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려고 시도됐던 입학사정관제는 애초 의도와는 달리,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외국어 공인성적, 논술, 구술면접, 공모전, 경시대회 등 더 많은 사교육비 부담만 초래했다. 이러한 점수 위주의 선발 방식에서 탈피하여 해당 학생의 전인적 능력과 특기적성 중심의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밖에도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하여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자못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따름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자기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기구를 마련하여 학생·학부모·일선교사·대학관계자 등 대학입시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모임을 통해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 수능시험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 중심으로 기초지식을 평가하는 국가기초학력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하는 이름 ‘고3’.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하는 격려의 말이 딸에게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김은경 주부·서울시 노원구 중계로8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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