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9.02 19:39 수정 : 2013.09.02 19:3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사건으로 광주가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이를 보고 있는 광주시민을 비롯한 국민들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자체 힘만으로 국제대회를 광주에 유치한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유치 과정에서 총리 사인을 위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광주에서 말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민주화의 성지를 자부하던 광주에 커다란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위기가 발생하면 명성과 신뢰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비용뿐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 상황은 리더십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초기에 잘 대응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지만 잘못 대응하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광주의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연일 보도되는 대로 수영대회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면 극복되는 것일까. 예산만 있으면 광주가 입은 상처는 깨끗이 치유되는 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될 수 있는 것은 도덕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 안아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때로는 입에 쓴 약도 먹어야 한다. 아쉽게도 광주 지역 언론은 하나같이 대회의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조에 매달려 있다.

반면 공문서 위조의 책임을 묻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광주시장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광주 유력 일간지에는 게재되지 못했다. 광주시장의 책임을 묻는 기사에는 아예 눈을 감고 입을 닫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광주시 입장에서야 수영대회 유치의 성과에 치중해서 홍보한다 해도 지역 언론마저 이래야 하다니, 광주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예산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이번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이번 위기를 통해 광주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병우 광주대 자율융복합전공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