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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2 19:40 수정 : 2013.09.02 22:12

2012년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면서 통상임금 분쟁이 전국을 덮고 있다. 이 판결 법리를 적용하면 통상임금이 폭증하여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수당, 퇴직금까지 연쇄 폭증하게 된다.

대법원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7차례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했었다. 그런데 1996년 의료보험조합 판결(94다19501)에서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것도 통상임금일 수 있다는 법리를 택하며 1년에 단지 1~2회 지급되는 수당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왜 종전의 확립 법리를 따르지 않았는지 전혀 논증이 없었다. 정작 당시에는 너무 이례적이어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 후 이어진 일부 대법원 판결들이 이 법리를 따르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점 확대시키더니 2012년에 소위 금아리무진 사건 판결(2010다91046)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여금을 포함시키자 비로소 이 법리의 심각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개월 지급 주기가 넘는 임금도 통상임금이라는 법리가 타당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매월 지급하는 할증임금 계산에 이용되는 도구 개념인 통상임금에 1개월이 넘어서 지급되는 임금을 포함시키는 법리를 채택하는 선진국을 발견하기 어렵다. 통상임금 법제를 채택하는 일본도 시행령에 해당하는 규칙에 1개월 넘어 지급되는 것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내용이 보편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절차적으로도 확립된 판례 법리를 바꾸기 위해 거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치지 않고 1개 부에서 다른 법리를 채택한 위법이 있다.

이 법리는 정기상여금과 같이 1개월 넘어 지급되는 것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믿었던 임금 당사자들의 수십년의 신뢰를 완전히 붕괴시키며 현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국가 전체의 경제적 부담이 수십조원을 넘어 미래 효과까지 감안하면 10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의 부담은 치명적이다. 수십년간의 누적이익을 모두 모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담을 안게 되어 이 법리가 확정되면 폐업해야만 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대법원이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상임금 법리를 심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급증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이 쟁점인 갑을오토텍 사건을 전원합의체 심리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례 법리의 역사, 내용 및 절차의 타당성, 경제적 폐해, 당사자들의 신뢰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타당한 법리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1995년 임금이분설을 폐기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의료보험조합 판결에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도 있으나, 해당 판결은 임금 범위를 다룬 것이고 통상임금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1임금지급기 제한을 없앤 것은 이미 16년 이상 오래된 확립법리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학계와 임금 당사자들이 이 법리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의 금아리무진 판결이 계기가 되었고, 이 법리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학자들의 연구가 급증한 것은 최근 1년이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 시행 이래 최초라는 점에서 16년 이상의 확립법리라는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노동법이 추구하는 정의도 다른 모든 법률처럼 강자·약자를 불문하고 공정한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의 법과 제도가 정의에서 멀어지면 그 국가의 생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통상임금 법리는 1임금산정기의 타당한 제한을 두었던 1995년까지의 대법원 확립법리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약자의 보호에 치우쳐 보편타당한 법리에서 벗어난 결과 우리 공동체에 초래하고 있는 이 엄청난 대혼돈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조영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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