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12 19:10
수정 : 2013.09.12 19:10
유등축제는 임진년 진주대첩에 이어 계사년에 진주성이 함락되었을 때 7만 민관군이 장렬히 산화한 진주성과 촉석루를 휘감아 흐르는 진주 남강에서 펼쳐지는 전통 축제다. 유등은 고립된 진주성의 민관군이 외부와의 통신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해 400년이 넘게 유등축제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이런 진주의 혼은 국권을 상실했을 때에는 독립투쟁으로 나타났다. 일반시민들은 물론이고 화류계의 기생이나 걸인들까지 독립단을 조직해서 왜병과 맞섰던 곳이 진주다. 유등축제에는 이렇게 400년 넘는 진주의 혼, 역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왜병에 맞서 의병으로 떨쳐 일어섰던 진주와 주변 27개 향교 등 유림이 지금 유등축제를 지키자고 나선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인구 35만명의 진주시와 1000만명 인구를 거느린 세계적 도시인 서울이 싸우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정의롭지 않다. 등이야 아무나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별산대놀이를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해서 ‘양주’ 별산대놀이가 ‘서울’ 별산대놀이가 되지는 않는다. 남원에는 춘향제가 있고 통영에는 한산대첩제가 있다. 단오를 전국이 즐기지만 그래도 축제 하면 강릉 단오제다. 그 역사적 배경 속에서 그 축제의 본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전통문화를 제대로 계승하는 올바른 자세다.
세계적 도시인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적 유산은 엄청나다. 곳곳에 있는 고궁을 비롯해 서울 고유의 전통문화가 켜켜이 쌓여 있다. 서울에서는 굳이 진주의 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 등축제가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겠지만 유등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정까지 받은 진주의 대표 축제다. 그런 지역성과 역사성이 있기에 유등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축제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것이다. 수도 서울이 대를 이어 번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도시들과 그 역사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지역의 대표 축제를 슬그머니 모방해서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서울답지 않다. 그래야 서울과 지역이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 덩치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흉한 모습, 올가을에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진주’ 유등축제의 역사성을 인정하고 해법 마련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심동섭 진주향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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