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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우 한마리당 보상금 1만3000원 / 편근영 |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값이 폭락한 한우. 한마리당 얼마나 보상해줄까? 정부의 대답은 ‘1만3000원’이다. 주위 아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했더니 한결같은 반응은 “장난하냐?”였다. 그렇게 정부는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수입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피해를 보전해 주자고 만든 것이 에프티에이 피해보전 직불금인데, 정부가 농민들에게 피해보상금을 주기 아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로 피해를 본 항목이 없어서인지 2004년 한·칠레 에프티에이 피해보전 직불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년 동안 단 한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다. 그 까다로운 발동 요건이 모두 충족돼 지원대상 품목이 나온 것은 이번에 한우가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쇠고기 총수입량(24만t)이 기준 총수입량(20만7000t)보다 15.6%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에서 수입한 규모(8만4000t)가 기준 수입량(5만5000t)보다 53.6% 각각 증가했다. 또 국내 가격은 평년(2007~2011년) 대비 2012년의 경우 큰 소는 525만원에서 466만4000원으로 11.2% 하락하고, 송아지는 223만4000원에서 151만7000원으로 32.1% 떨어져 피해보전 직불금 발동 요건 3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결국 10년 동안 한번도 발동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발동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 만큼 에프티에이 이후에 한우 농가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먼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8조에 따라 에프티에이 피해보전 직불금을 산정해보자. 큰 소 기준 평년 가격 525만원에서 2012년 466만4000원으로 58만6000원 하락했다. 평년 가격의 90% 금액(472만5000원)에서 2012년 가격을 뺀 차액이 6만1000원이다. 이 차액의 또 90%를 적용한 금액이 5만4900원이 된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송아지 피해보전 직불금은 44만4519원이다. 이 직불금은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 2012년 3월15일 이후에 판매한 소에게만 적용된다. 곧 열마리를 키워도 작년에 소 한마리만 팔았으면 한마리분만 나온다.
이렇게 지급하면 약 2000억원이 필요한데 편성된 예산은 600억원뿐이다 보니 정부는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법에 정해지지도 않은 ‘수입기여도’라는 계수를 적용시켜 버렸다. 한우 가격을 떨어뜨린 원인의 24%는 에프티에이가, 나머지 76%는 국내 공급·수요 변화에 있다고 판단한 것. 한우 사육두수가 늘었다는 이유로 에프티에이 책임은 24%(송아지는 13%)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입기여도를 반영하면 큰 소 한마리에 58만6000원 하락에 대한 보상금은 고작 1만3545원, 송아지 한마리에 70만원 이상 손해를 봐도 고작 5만7343원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고도 정부는 농민들한테 보상(?)해줄 거 다 해줬다고 생색내겠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 에프티에이 피해보전 직불금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데 예산 탓을 할 입장도 아니다. 정부가 조언을 구했던 민간 법률회사 에이펙스조차 피해보전 직불금을 전액 지원해야 하고 수입기여도를 반영해 감액 지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했는데도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게 반대했던 에프티에이로 당장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위로와 보상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꼼수를 부려 시름에 빠진 한우 농가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뒷감당도 못하면서 구제역이 상시 발생하는 중국과 에프티에이를 또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편근영 전남 영광군 묘량면 월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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