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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굿닥터는 가능하다 / 방귀희 |
<굿닥터>는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착한 드라마다. 그런데 <굿닥터>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자폐증 의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굿닥터>를 보며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은 본인보다는 작게는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이고, 크게는 환자를 포함한 일반 사회라는 사실이다.
드라마에서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주인공 박시온의 가장 큰 조력자인 원장과 차윤서라는 여의사, 게다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의 김도한까지 시온을 지지해주고 있고, 소아외과팀에서도 시온을 옹호하고 있다. 환자 보호자들도 처음에는 시온의 장애를 문제 삼았지만 곧 시온을 받아들였다. 조금은 남다른, 이른바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이 이렇게 긍정적이라면 굿닥터 아니라 굿판사, 굿정치인, 굿교수 등 얼마든지 유능한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인식 수준은 자폐증의 한 유형인 서번트증후군을 남들이 갖지 못한 천재성으로 보지 않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기한 묘기쯤으로 생각한다. 1988년 개봉되어 전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영화 <레인맨>도 주인공이 자폐증으로 뛰어난 암기 능력을 갖고 동생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자폐증 형은 시설로 돌아간다. 2013년에 방영되고 있는 <굿닥터>에서 시온은 좋은 의사로 성공적인 결말로 끝을 맺으리라 예상되지만 그 성공에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래서 몇가지 성공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동물학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템플 그랜딘은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랜딘은 오로지 동물에게만 관심을 보였는데 그런 관심이 그녀를 동물학자로 만들었다. 그랜딘은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콜로라도주립대학 동물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동물과 관련된 논문 100여편을 발표한 동물학 권위자다.
조너선 러먼은 2살 때 자폐증 판정을 받았는데 10살부터 목탄으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14살에 이미 미국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도시환경을 그리는 화가 스티븐 윌트셔는 인간 카메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20여분간 헬리콥터를 타고 뉴욕 전경을 본 뒤 3일 동안 뉴욕의 모습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음악의 천재 레슬리 렘키의 장애는 자폐증으로 추측된다. 레슬리는 장애 때문에 버려져 입양되었는데 양부모가 7살에 사준 피아노 덕분에 천재성이 발굴되었다. 열가지 악기를 다루고 모든 악보를 외운다. 라디오에서 방송한 45분짜리 오페라를 듣고 피아노로 완벽하게 연주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레슬리는 한번 들은 곡은 악보 없이 100% 연주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이다.
국외에만 이런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을 한번 본 어느 자폐증 장애인이 그린 숭례문은 기와 한장, 벽돌 한장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자폐증 화가에게 우리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클라리넷 연주자 은성호씨는 자폐증 장애인이다. 그도 레슬리처럼 한번 들은 악보는 모두 외운다. 은씨는 무대에 올라 클라리넷을 잡으면 자폐증 옷을 벗어놓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자폐증 장애인이 갖고 있는 능력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천덕꾸러기가 돼 있는 걸까. 그것은 ‘굿닥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굿닥터’는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장애인도 잘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되면 ‘굿닥터’ 같은 능력 있는 전문가가 탄생하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며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방귀희 <솟대문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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