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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5 19:09 수정 : 2013.09.25 19:09

지난 일요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독일 총선에서 승리하였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은 41.5%의 지지를 얻었고, 도전자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페어 슈타인브뤼크는 25.7%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독일의 좌파 정당인 좌파당과 녹색당도 각각 8.6%와 8.4%를 얻어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우파 정당 두 곳, 곧 복지 정책에 반대하고 절세를 주장하는 자유민주당과 안티 유로를 주장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지지율인 5%를 넘지 못하고 각각 4.8%와 4.7%로 의회 입성이 좌절되었다.

독일에서는 의회 내 선거를 통해 총리를 선출하는데,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630석 중 311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따지면 야당이 단결하여 슈타인브뤼크를 총리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메르켈의 넘치는 인기를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메르켈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이번 승리는 당의 승리가 아닌 메르켈 개인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독일인들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부성적 권위와 모성적 감싸기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데, 메르켈이 ‘엄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은 메르켈이 대중적 요구에 잘 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인들은 메르켈이 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역할을 잘 조정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와 스페인이 경제 위기를 겪을 때, 메르켈은 지나친 경제 지원으로 유로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일 경제를 ‘안정적으로’ 보호해왔다. 독일인들은 메르켈이 지속적으로 독일 내 안정성을 지켜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41.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메르켈이 독일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의회 내에서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한다. 메르켈은 정당연합을 통해 모자란 4표를 보충할 것이다. 2005년처럼 사회민주당과 연합하는 선택도 있고, 이번에는 녹색당과의 새로운 연합도 가능해 보인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사고 이후 메르켈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예고하고 원자력을 태양력과 풍력 등 자연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르켈은 이제 8000만 독일인의 ‘엄마’로만 활동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독일은 28개 회원국의 위태로운 공동체인 유럽연합의 상징적 중심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엄마’는 이제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 독일 내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과, 유럽연합과 독일의 화합을 이끄는 것이다. 이제 유럽 경제의 안정과 유럽연합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그녀의 정치적 활약을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외르크 미하엘 도스탈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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