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냐면] 성공회대 메인즈 프로그램과 나 / 팟번 푸텅 |
나는 한국에서 공부했던 타이 여성이다. 최근 내가 공부했던 대학의 석사과정 프로그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사정을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꼭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2007년 성공회대의 메인즈(MAINS·Master of Arts in Inter-Asia NGO Studies)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돼 1년 반 동안 서울에 있었다. 메인즈는 시민사회단체학과 아시아 비정부기구학 석사학위 과정으로, 아시아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한 변화에 관해 교육하고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성공회대와 국제 비영리기구인 아레나(ARENA·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을 위한 아시아 교류)가 공동 운영하는데, 민주화·평화학·젠더학·사회활동·인권·비정부기구 관리 등에 관한 진보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2007~2012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중동·아프리카 출신까지 60여명이 거쳐갔다.
나는 메인즈 프로그램으로 세계에 대한 깊은 안목을 키웠다. 첫 학기에 들었던 ‘문화, 사회 그리고 필름’이라는 과목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정도였다. ‘위안부’라는 말을 그때 처음 알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타이에 4년이나 주둔했지만 타이에선 이러한 이슈로 논쟁을 벌인 적이 없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타이 정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왔다. 메인즈 프로그램에서 공부한 걸 바탕으로 타이 위안부 문제에 접근하고, 곧이어 나의 석사논문 주제가 되었다. 타이 국립문서보관서에서 거의 5개월여를 살다시피 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타이 위안부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사료들을 발굴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타이 군 지휘사령부의 비밀자료들은 타이에 주둔했던 일본군에 관한 여러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타이 위안부에 관한 석사논문과 함께 평화박물관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성공회대 메인즈 프로그램 중 서울 종각에 있는 평화박물관을 방문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평화와 폭력에 관한 기억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서 중요한 문제다. 그 후 일본에 가 1년 동안 평화박물관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지금은 방콕에서 평화박물관과 도서관 사업을 하고 있다. 이곳 평화박물관의 첫 사업은 2014년 10월 탐마삿 대학살(1976년 10월6일 탐마삿대학교 학생 46명이 극우 민병대원들에 의해 희생된 사건)에 관한 구술 역사자료 전시가 될 예정이다.
메인즈 프로그램을 함께한 다른 나라 친구들도 각기 자기 나라에서 제몫을 하고 있다. 인도 친구는 ‘자유선거를 위한 아시안 네트워크’에서 고위직으로 일한다. 베트남 친구는 다낭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다. 필리핀 친구는 도시빈민층을 위한 시민단체의 책임자가 됐고, 네팔 친구는 인권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친구들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발히 소통한다. 친구들은 한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좋은 교육 기회를 준 성공회대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최근 메인즈 프로그램이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장학금 지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해 들었다. 친구들은 에스엔에스로 정보를 나누며 힘을 보탤 일은 없는지 의논하고 있다. 타이·베트남·네팔·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의 젊은 후배들이 한국에서 평화와 세계에 대한 특별한 안목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팟번 푸텅 타이 방콕 평화박물관 및 도서관 계획연구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