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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아시아문화전당 법인화는 정부 손 떼려는 속셈 / 문순태 |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광주가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로 꽃피리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둔 지금, 그 기대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가 아시아문화전당 법인화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에서 법인 위탁을 뼈대로 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여 사실상 정부안으로 확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정부가 손을 떼어 사실상 조성 사업을 축소·기형화하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계획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도되었다. 지난 4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의 나갈 길’이라는 세미나에서 김종율 추진단장, 박양우 조성위원회 부위원장, 황승흠 국민대 교수 등은 이미 아시아문화전당의 특수법인화를 내비쳤다. 그 후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 정책을 내세우면서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이 광주에 왔을 때 법인화할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문화전당의 한 해 운영비로만 400억원이 소요돼 정부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구조 변경이라도 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인구 150만명밖에 안 되는 도시에 대형 건물을 짓는 것이 애초 잘못된 것”이라며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까지 했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법인화는 새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반대된다는 것이다. 이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에 왔을 때 “광주를 명실상부한 아시아 문화수도로 키우겠다”고 한 공약을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다. 아무튼 정부가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운영 주체를 변경하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아시아문화전당 조성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 말대로 자율성과 효율성을 우선하게 된다면 아시아문화전당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수익성만을 따져, 결국 그 기능과 역할이 크게 축소·변질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문화전당은 운영비 400억원을 충당하기에 급급할 것이고 1000억원 이상 소요되는 콘텐츠 개발, 국제 문화교류 사업 등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 뻔하다. 엄청난 예산을 법인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결국 아시아문화전당은 속 빈 강정으로 전시·공연 중심의 종합문화예술회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손을 떼고 법인에 위탁운영하게 되면 위상이 약화되어 대외 협력과 국제 교류 사업 등 본래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특별법까지 만들어놓은 국책 사업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법인화로 가겠다는 것은 또다른 호남 차별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아시아문화전당 조직을 꾸리는 데도 지지부진했고 전시예술·공연예술 감독 선임에도 지역의 여론을 무시하여 불협화음을 냈다. 1년 반 가까이 아시아문화개발원장으로 있으면서 제대로 된 콘텐츠 하나 개발하지 않은 사람을 전시예술 감독으로 선임하고, 개발원 이사이며 이 원장과 함께 재직했던 김성희씨를 공연예술 감독으로 선임하자 광주 시민사회가 그 불공정과 의혹을 제기하며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
광주시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잘못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대안으로 아시아문화전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개관 연도에 1000억원, 차기 연도부터 매년 500억원씩 예산 지원 금액을 특별법안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도에 만든 특별법도 파기하려는 현 정부의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광주의 비전과 희망은 오직 문화이다. 문화는 광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정부는 광주가 문화를 통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애초의 꿈을 짓밟지 않기를 바란다.
문순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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